이 기사는 03월 31일 07: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조4200억원 규모의 국내 치과 구강스캐너 기업인 메디트 인수를 마무리했다. MBK파트너스는 시장점유율을 늘려 메디트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날 메디트 최대주주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로부터 지분 99.6%를 2조42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거래 대금 지급을 마쳤다. 지난해 12월29일 MBK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지 세 달 만이다. 매각 실무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회사 창업자인 장민호 고려대 교수와 장진호 교수 등 특수관계인도 공동 투자자로 남는다. 장 교수 등은 기존 지분을 매각해 일부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회사 지분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거래가 종료되면 MBK파트너스는 지분 약 70%를, 나머지 약 30%는 특수관계인이 확보하게 된다.
메디트는 3차원(3D) 치과용 구강 스캐너 기술 기업이다.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인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했다. 유니슨캐피탈은 2019년 말 지분 50%+1주를 약 3200억원에 인수했다. 메디트는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뒤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영업 조직을 신설하고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결과다. 주력 제품인 ‘i500’에 이어 지난해 신제품 ‘i700’을 내놨다. 메디트는 구강스캐너 시장에서 글로벌 3위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메디트가 보유한 기술력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가겠다는 계획이다. 메디트는 치과 진료의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치아의 본을 뜨고 보철물을 만들 때 메디트의 3차원(3D) 구강 스캐너를 사용하면 고무찰흙이나 석고틀을 사용하지 않고 수 십초 안에 치아구조를 형상화할 수 있다. 과거 1주일 이상 걸리던 보철물 제작 기간도 하루면 충분하다. 환자의 치아 상태 및 구조는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돼 치과와 연구소, 기공소 등이 공유한다.
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MBK 파트너스의 인사이트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 진입 시장에서는 역량 강화를, 중국 등 신규 시장에서는 전략적인 확대를 추구할 것"이라며 "품질, 기술, 디지털에 대한 투자는 물론 새로운 인재 등용 등을 통해 디지털 덴탈 플랫폼의 선도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디지털 구강스캐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시장침투율이 세계적으로 10~2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도 30%가 채 안 된다.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경쟁업체로는 쓰리쉐입, 엔비스타, 얼라인테크 등이 있다. 메디트는 경쟁사 대비 빠르고, 정확하고, 가벼운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으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메디트는 지난해 매출 2730억원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5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1906억원, 에비타 1039억원보다 각각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유니슨이 인수한 2019년보다는 매출 722억원, EBITDA 367억원보다 각각 2.5배, 3배 가까이 늘었다. 유니슨이 인수한 뒤 글로벌 영업조직을 신설하고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두드린 결과다.
MBK는 올해 들어 첫 조 단위 규모 거래를 마무리했다. 2020년 65억달러 규모로 결성한 5호 블라인드 펀드의 최대 규모 거래가 될 예정이다. 이 펀드의 국내 투자 건으로는 e커머스 전문기업 코리아센터, 신발 원단 업체 동진섬유와 경진섬유 등이 있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넥스플렉스 인수 거래도 막바지에 있다. MBK는 5호 펀드의 투자금 중 50% 이상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최대 규모 빅딜로 꼽혔던 메디트 인수전은 국내 GS그룹과 손잡은 미국 PEF 칼라일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유럽계 PEF CVC캐피탈 등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지만 최종 승자는 ‘깜짝 등판’한 MBK가 차지하게 됐다. 매각 측은 앞서 지난해 10월 말 1차 우선협상자로 칼라일-GS컨소시엄을 낙점했지만 협상 기간이 종료되자 입찰에 참여한 KKR, CVC 등 다른 원매자들과도 협상해왔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가 뒤늦게 등장해 빠른 의사결정으로 승기를 잡았다. 거래 금액도 칼라일이 제시한 3조원보다 소폭 낮아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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