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6일 15: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달 1일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을 앞두고 시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제도 개편은 수요예측 제도를 손질해 단기 차익을 겨냥한 투자를 줄이고 기업가치에 기반한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율 확대로 IPO 시장을 더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공모주 의무보유확약 비율 강화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PO 수요예측에 참여한 뒤 상장 당일 공모주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일부 기관투자가의 단기 매매 관행은 7월 IPO 제도 개선 시행 이후 어려워질 전망이다.가장 큰 변화는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 비율 확대다. 의무보유확약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최소 15일 이상)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을 내건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한다. 단계적으로 2025년 말까지는 30%를 적용한 뒤 2026년부터 4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40%를 미달하는 경우에는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를 취득한 뒤 6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한다.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 정책펀드 의무보유 확약도 확대한다. 정책펀드는 공모물량의 5~15%를 별도 배정받는 혜택을 받고 있다. 7월부터는 확약을 걸어야만 별도 배정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정책 목적을 띤 펀드라도 '묻지마 청약'은 사실상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공모 전략 수정 불가피"
운용업계 반응은 온도차가 분명하다. 일부 공모주 펀드 운용사들은 개편을 긍정적으로 본다. 대량 매물이 쏟아지며 공모가가 왜곡되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다.운용사 매니저는 “기관의 입찰이 실제 보유와 연결되지 않다 보니 무리한 고가 수요가 이어졌고, 그 결과 적정가치보다 높은 공모가가 형성되는 일이 반복됐다”며 “이번 개편으로 건전한 수요예측 질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단기 전략에 의존하던 운용사들은 부담이 커졌다. 하이일드펀드나 코스닥벤처펀드와 같은 정책펀드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채와 메자닌으로 수익을 확보하고 공모주로 초과 수익을 노려왔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확약을 걸지 않으면 아예 공모주 물량을 받기 어려워진 만큼 운용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모주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코스닥벤처펀드와 하이일드채권 등의 매력이 떨어진다. 하이일드 채권 및 벤처 투자 시장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관투자가의 40% 확약을 채우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소형 IPO일수록 장기 보유 참여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맞추기 위해 공모가를 낮춰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주관사의 고유 기능인 밸류에이션 판단이 실종되면서 상장의 첫 단추부터 왜곡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IPO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들어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조단위 대어가 상장을 줄줄이 철회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목표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의무확약비율까지 확대되면 기관 투자를 받는 게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공모 참여를 통해 확보한 물량을 매각한 뒤 다른 기업 공모에 참여하는 게 막히면서다. 기관투자가들이 옥석가리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6월 IPO 시장은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IPO 대어가 사라진 데다 제도 개편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달 상장을 앞둔 기업은 4~6곳에 불과하다. 지난달(8곳)의 절반 수준이다.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 4542억원, 코스닥벤처펀드는 419억원 감소했다. 하이일드펀드는 3776억원 줄었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크다”며 “투자자들이 공모주 시장에 머물 수 있는 유인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철/최한종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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