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랠리의 열기가 뜨거웠던 7월이지만 마지막은 미약했습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S&P 500 지수(-0.37%)는 약 6주 만에 3거래일 연속 내린 건데요. 시장의 모든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에 힘입어 사상 두 번째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마이크로소프트(+3.95%)와, 인공지능(AI) 과잉투자 우려를 씻어내고 두자릿수 급등한 메타(+11.25%)의 '우주방어'에도 나스닥(-0.03%)마저 하락 마감했습니다.
퀄컴·삼성전자·ARM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실망,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관세 불확실성과 예상을 빗나간 6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까지. 오랜 랠리를 펼친 주식 시장을 끌어내릴 이유들은 분명 있었습니다. 이날 오전 발표된 PCE 물가 상승률은 시장 예상을 상회한 반면, 소비 지표는 약세가 이어졌습니다. 전날 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낸 직후여서 시장의 민감도는 더 높았습니다.


실제 데이터센터, GPU, 서버 인프라, 전력 설비 등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에 걸친 AI 중심 투자 지출은 올 상반기 미국 GDP 성장을 견인한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보처리장치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로 집계되는 AI CAPEX의 실질 GDP 성장 기여도는 개인소비지출의 기여도를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개인소비지출이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보처리장치 및 소프트웨어는 6%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칼라일의 수석 전략가 제이슨 토마스는 미국 기업도 '재산업화(reindustrialize)'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AI 관련 자본지출이 늘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질적 자산 구조가 소프트웨어와 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 중심에서 부동산(데이터센터)과 설비, 에너지 기반의 유형자산 등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겁니다. 엔비디아 고객사들의 PP&E(부동산·설비·장비) 계정 비중은 생성형 AI 열풍 이전인 2020년 총 자산의 20%에서 현재 70%로 급증했습니다.
이런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GDP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모건스탠리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투자 관련 지출만으로 2025~2026년 미국 GDP 성장률이 0.4%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건설 경기와 제조업, 에너지 투자 등 실물 경제와 전통 산업 전반을 연쇄 자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내러티브는 올 초까지의 시장 분위기와 확연히 다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중국 딥시크 모먼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 임대 취소, 알리바바 회장의 데이터센터 버블 언급 등으로 시장은 AI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 수익화에 대한 의구심이 컸습니다.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 클라우드 같은 AI 기본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는 1단계는 마무리됐고, 엣지 AI(2단계)와 AI 에이전트(3단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연초까지만 해도 월스트리트의 컨센서스였습니다.
하지만 AI의 침투율이 높아지면서 기본 컴퓨팅 수요가 공급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이퍼스케일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CAPEX를 경쟁적으로 더 늘리고 있고요.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AI 주도권 경쟁을 위해 AI 기술 확산과 수출,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확대 등에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요. AI 과잉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낙관론으로 돌아선 배경입니다.

올 2분기 실적 시즌에도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는 CAPEX 전망을 또 상향했습니다. 결국 AI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1단계도 아직 다 끝나지 않았고, 오를 만큼 오른 것처럼 보였던 관련 수혜주들도 아직 상방 여력이 더 많다는 의견이 다시 우세해지게 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AI 투자 급증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2035년까지 6배 급증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섹터와 종목을 선정했는데요. 데이터센터 코로케이션, 클라우드, 네트워크·광통신, 전력 발전, 송배전·냉각 장비 등의 분야에서 에퀴닉스, 오라클, 디지털오션, 코어위브, 시에나, 아리스타네트웍스, 비스트라, NRG에너지, 버티브, 이튼, GE버노바 등이 해당됩니다. AI 서버의 전력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GaN/SiC 전력반도체를 제조하는 나비타스세미컨덕터, 서버·스토리지 등을 위탁 생산하는 셀레스티카 등도 자주 거론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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