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통과 ‘7부 능선’을 넘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는 소각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경제계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일반 자사주처럼 이사회 의결로 소각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 처리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날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3차 상법 개정안이) 찬성 7표, 반대 4표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에서 특정 목적 취득 자사주(비자발적 취득 자사주)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자고 했지만 자사주의 법적 성격은 하나라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목적 자사주의 소각과 관련해선 학설상으로 이사회 결의를 할 수 있는데 이걸 문구로 입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3차 상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차원의 대표 법안이 나왔다. 신규 자사주를 1년 내, 기보유 자사주를 1년6개월 내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사위 소위는 지난 3일 이 법안을 상정한 뒤 13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논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합병 등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취득한 자사주까지 소각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날 오 의원이 밝힌 수정 내용은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의 소각 의무화에 대한 일종의 보완책이다. 통상 자사주는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시장에서는 계열사 간 합병이나 지주사 전환 등으로 불가피하게 자사주를 취득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자사주가 소각 의무화 대상이 되면 기업의 자본금이 감소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채권단 동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반발하며 상환 요구가 몰리면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어 경제계 우려가 컸다.
이날 수정안에 따르면 기업은 채권자 보호 절차 등 복잡한 과정 대신 이사회 결의만으로 비자발적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다. 채권단과의 분쟁 등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수정안에는 외국인 투자제한업종에 대한 배려도 담겼다. 오 의원은 “KT 등 기업은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할 경우 외국인 지분이 한도를 넘어버릴 수 있다”며 “소각이 아니라 3년 내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통신 항공 방송 등 국가 기간산업은 현행법상 외국인 지분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해당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벤처기업에 대한 예외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창업 7년 이내 기업 등은 소각 적용을 예외로 해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번 수정안에서 빠졌다고 오 의원은 설명했다.
수정안이 오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24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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