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 주휴수당, 식사 제공 다 받은 식당 종업원이 주말 장사 잘 됐다고 수익의 10% 줄 것을 계약서에 명시해 달라고 하는 주장하는 상황...(중략)...기술 개발한 것도 아니고 돈을 댄 것도 아니고 근로시간이 더 많았던 것도 아니면서...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삼성전자 소액주주로서 이해가 안 간다."
지난 15일 삼성전자 파업을 다룬 기사에 달린 '인기 댓글' 중 하나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성과급 제도화 요구가 "정당하다"며 "적법 파업"을 예고하고 있지만 여론은 차갑게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제도화 요구가 '단체교섭'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인상률 및 규모가 임단협의 주요 대상이었다. 그 요구가 과도하다는 논란은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근로의 대가'를 더 '챙겨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가 창출한 이익을 (근로의 대가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직원과 고정적으로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구조적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근로의 대가 더 달라"에서..."이익은 고정적으로 공유하라"
성과급의 성질(임금성)과 관련한 전초전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퇴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성과급도 임금"이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경영성과급을 포함해 달라는 취지다. 2020년부터 본격화된 해당 논란은, 성과급의 성질에 대해 관련 규범은 커녕 논의 자체가 많지 않았던 터라 하급심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다.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모이지 않으면 회사의 사업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사와 "(성과급은) 개별 근로자의 근로 양이나 질 보다는 세계·국내경제 상황, 경영진의 경영 판단 등 개별 근로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서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라 글로벌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는 판사들의 판단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결국 올해 초 대법원은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 등은 (평균)임금이 아니라고 결론내렸지만, 성과급의 본질이 '노동의 대가'인지에 대한 판단은 명확하게 내리지 않았다.
이 논란은 특히 호황기를 맞이한 SK하이닉스가 성과급을 유례 없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확대됐다. 특히 성과급의 상한 캡을 없애고 영업이익을 단순 '비율 연동'시켜 근로자 숫자로 나눠 지급하고, 이를 10년간 보장하는 세계적으로 봐도 유례가 없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결정은 마치 "성과급은 당연히 받아야 할 고정적 보상"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를 바라 본 경쟁사 삼성전자 노조도 이제는 성과급 규모 보다는 고정적 보상에 가깝게 '제도화'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노조가 임금 협상 초기부터 '영업이익 일정 비율의 고정 성과 인센티브 지급 제도화' 입장을 고수해온 이유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후 조정 결렬 이후에도 "(성과급) 제도화와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경영상 판단도 이제 교섭 테이블 위로
SK하이닉스는 사실상 회사 차원의 자발적 결정이었다면, 삼성전자 노조는 이를 교섭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지를 두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아니라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교섭 패러다임의 변곡점으로 거론되는 이유다.삼성전자 노조의 '제도화' 요구는 사실상 경영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참여권을 달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과배분이라는 이름 아래 영업이익 사용 방식까지 노조가 결정하려 들면, 사실상 노동조합이 경영 의사결정 주체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노조가 원하는 성과급 규모는 맞춰줄 수 있지만, '제도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 이유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성과급 논쟁이 이익배분 체제 논쟁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경영 참여 요구로 들어서는 꼴”이라며 “향후 국내 제조업 임단협의 성격 자체가 ‘이익공유형' '경영참가형' 교섭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HD현대중공업, 카카오에서도 노조들이 성과급과 영업이익 연동을 주장하고 나섰다. 경영계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일선의 '방파제'가 됐다.
노동계의 이런 요구는 AI 도입, 자동화와 함께 더욱 강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의 '2026년 단체교섭 요구안'에 따르면 노조는 “자동화·디지털화·AI 도입 등으로 발생하는 성과에 대해서도 공정한 성과공유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AI와 로봇 도입 등 자동화로 높아진 생산성과 수익 자체도 공유해 달라는 논리다.
민주노총의 산별노조들은 회사가 AI를 생산공정이나 인사관리에 도입할 경우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노조 요청 시 고용·노동조건 영향평가를 공동 실시한 뒤 노사 합의를 거쳐서 도입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AI 기반 평가나 인사조치를 한 경우, 근로자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회사가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사실상 '입증 책임 전환'도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성과급 결정, 인사평가·배치전환, 생산 기술 개혁 같은 핵심 경영 영역까지 교섭 대상으로 삼고 노조가 관여하겠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개정노동조합법이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동 분야 전문 변호사는 “법 개정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되면서, 향후 성과배분 기준이나 AI 도입 방식 같은 경영 관련 의제가 교섭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 위기가 극적 타결이 되더라도 경영권 침해를 둘러싼 논란은 잠잠해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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