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안 팔아요"…'1잔에 2만원' 2시간 줄선다는 카페 [박수림의 요즘 여기]

입력 2026-05-24 21:30  


국내 커피 시장은 외식업 중에서도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라 할 만큼 골목마다 프랜차이즈와 개인 매장이 넘쳐난다. 살아남기조차 쉽지 않은 포화 시장이지만 오히려 긴 대기 줄이 늘어서는 곳도 있다. 최근 젊은 층 중심으로 커피 소비가 단순한 음료 구매를 넘어 취향과 소비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고객 경험'을 강조해 차별화한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1만원 넘는 가격에도 두 시간 대기…'경험' 사는 소비자들
24일 업계에 따르면 2030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커피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카페 gml(지엠엘)은 이 같은 변화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건물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카페가 있는 3층에 들어서면 세계 각국 원두를 진열해둔 공간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그 후 바리스타가 고객에게 건네는 첫 마디도 생소하다. “저희 매장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나 라테는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다.

매장 콘셉트는 세계 각지의 스페셜티 원두를 엄선해 소개하는 이른바 ‘원두 편집숍’이다. 메뉴판에도 일반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가 아닌 약 20종의 원두 라인업이 적혀 있다. 가격도 만만찮다. 커피 한 잔 가격이 9000원부터 2만1000원 수준으로 형성돼있다. 가장 저렴한 ‘오늘의 커피’도 6000원이다. 그런데도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붐빈다.

이곳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스페셜티 카페 ‘언페이지’도 비슷하다. 지난달 문을 연 이후 방문객들 발길이 이어지면서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 기준 토요일 평균 대기 시간이 2시간을 웃돈다. 평일에도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이들 카페의 공통점은 단순 판매보다는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키오스크나 계산대에서 주문을 마친 뒤 진동벨을 들고 각자의 테이블로 돌아가는 일반 카페와는 다르다. 주문 단계에서부터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의 산지와 공정 방식 등 커피 한 잔에 담긴 스토리를 설명한다. 고객들은 바 테이블에 앉아 바리스타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지켜본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내는 소음 대신 물줄기가 원두를 적시는 소리와 손님들의 조용한 대화가 공간을 채운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보다 ‘경험하는 과정’에 무게를 둔 것이다.

지엠엘을 운영하는 강재영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이자 신뢰를 주는 과정”이라며 “보통 카페는 제조 공간을 구석에 배치하고 테이블 좌석을 늘리지만, 저희는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판단해 바 공간 비중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레드오션 뚫은 '경험'의 힘
단돈 2000원이면 금세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쥘 수 있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왜 '더 비싸고 느린 커피'를 찾을까.

시장 흐름이 재편된 배경에는 커피 시장 포화와 이에 따른 소비 방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 브랜드 수는 921개로 전년(851개) 대비 8.2% 증가했다. 전체 외식업종 가운데 한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커피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넘쳐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높아졌다. 과거에는 접근성과 가격 등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과 차별화된 경험까지 고려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설명.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스페셜티 라인업을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자신의 취향과 희소성을 소비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2030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통상 원두 편집숍은 시기마다 제품 라인업을 바꾸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커피’라는 희소성이 생긴다. 여기에 매장 인테리어와 배경 음악, 창밖 풍경 등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한 요소로 소비되면서 고객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에도 그 과정을 채우는 콘텐츠가 필요한 시대라는 얘기다.

이러한 변화는 주요 카페 브랜드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중성을 앞세운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양상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730억원으로 전년(1907억원) 대비 약 9.3% 감소했으며 커피빈코리아는 33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 적자 폭을 키웠다.

반면 스페셜티 커피를 앞세운 브랜드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 강릉에서 시작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를 운영하는 학산의 지난해 매출은 약 557억원으로 전년(454억원) 대비 22.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6억원에서 31억원으로 36% 늘었다. 가격 대비 고품질의 원두를 앞세운 텐퍼센트커피도 지난해 매출이 674억원으로 전년보다 61.6% 급증했으며 영업이익도 44.4% 늘어난 6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이처럼 소비자 경험을 앞세운 스페셜티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오는 203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시장이 연평균 12.2%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타나엘 림 유로모니터 아시아 태평양 음료 부문 인사이트 매니저는 “스페셜티 카페는 단순 음료를 넘어 감각적인 공간, 체험, 사회적 지위 어필 등 경험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 같은 공간은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커피 이해도와 맞물리면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수요를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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