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도입한 후커우 제도는 같은 성(省) 안에서도 ‘도시 후커우’와 ‘농촌 후커우’가 나뉜다. 대학 진학과 대기업 및 공공기관 취업에 성공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후커우를 바꿀 수 없다. 고향을 떠나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 3억 명 이상이 의료보험과 자녀의 학교 진학 등 기초적인 사회보장제도마저 이용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는 부모가 대도시로 돈 벌러 떠나고 어린 자녀만 고향 집을 지키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해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후커우 제도 개혁을 시도했지만, 이번 조치는 실제로 일하는 도시에서 농민공이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도시 주택 구매 자격, 지역별 대학 입학 정원 등에서는 기존과 같이 후커우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중국 농민공은 3억115만 명으로 전년보다 142만 명,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른 성으로 이동한 농민공은 6765만 명으로 전년보다 75만 명(1.1%) 감소했다. 내륙에 거주하는 농민공이 대도시와 연해 제조업 벨트로 밀려드는 시대가 끝나고, 오히려 고향 인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동부 해안 지역에서 사업체를 경영하는 한 중국인 대표는 “춘절 등 큰 명절 때 귀향한 농민공이 돌아오지 않는 사례가 10여 년 전부터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공 평균 연령도 상향되고 있다. 지난해 43.3세로 전년보다 0.1세 높아졌다. 50세 이상 농민공 비중은 32%로 2021년 27.3%에서 계속 상승세다. 농민공이 고령화될수록 이동성이 약해져 노동 공급 효율성은 떨어진다. 농민공의 도시 유입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생겼다.
농민공 자녀가 도시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부여한 점도 농민공 소비 수준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후커우 개혁에는 농민공 자녀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도시에서 공립학교에 다니고, 조건을 충족하면 거주지에서 대학 입학시험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사실상 가족 단위 정착을 허용한 것으로, 농민공 홀로 도시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소비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후커우(戶口·호적) 제도
중국에서 개인을 출생지, 가족관계, 거주지 기준으로 등록하고 관리하는 주민등록 제도. 크게 농촌 호적과 도시 호적으로 나뉘며, 이 지역을 벗어나면 복지 및 의료 지원부터 취학까지 공공 서비스에서 제외된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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