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 닮은 로봇도 가족이 될까

입력 2026-06-09 17:55  


‘죽은 아들을 닮은 로봇은 상품일까 가족일까’

일본 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으로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상자 속의 양’(사진)이 10일 개봉했다. 섬세한 연출과 감정선으로 유명한 고레에다 특유의 드라마에 공상과학(SF)이 섞여있다. 2년 전 아들 카케루를 사고로 떠나보낸 남편 겐스케(다이고)와 부인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부부의 삶에 아들과 꼭 닮은 ‘AI 휴머노이드 로봇’ 카케루(쿠와키 리무)가 배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겐스케 부부는 죽은 자식의 사진 등 기록물을 보내주면 똑같은 외모와 성격에 기억까지 가진 휴머노이드가 자식의 빈 자리를 채워준다는 말에 리버스(REbirth)란 회사의 로봇을 구매한다. 이들 부부는 어느새 로봇 카케루에게서 세상을 떠난 아들을 본다.

여느 일본 영화처럼 절제된 채 흘러가는 서사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 할리우드 등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가 오래전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점은 고레에다 감독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꾸준히 관철해온 질문인 ‘가족이란 무엇인가’다. 영화는 무생물(AI 휴머노이드)까지 가족이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물론 일반적인 시선처럼 영화의 등장인물은 이를 부정한다. 카케루의 할머니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저런 로봇은 치우고 아이 한 명을 더 낳으라고 한다.

칸에서는 영화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타협’이라고 했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래도 인간 중심으로 문명을 일군 서양에선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출난 아역을 고르는 고레에다의 안목은 기대해도 좋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쿠와키 리무의 연기는 막이 내린 뒤에도 잔상이 남는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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