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매거진0100] 펀드 가입 "허들을 넘어라"

입력 2009-02-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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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늘어나면서 상품 가입 절차가 보다 복잡해졌습니다. 취재기자가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체험해봤습니다.


<기자>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부르기 쉽게 줄인 말로, 3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4일 본격 시행됐습니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강화되면서 고객이 금융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듣고 또 손실 위험이나 특징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만 투자가 가능해졌습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난 4일 이후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점을 느꼈을 겁니다.

예전엔 5분이면 되던 펀드가입에 이제는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한 증권사 지점을 찾았습니다.

<기자>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려고 하는데요."

<증권사 직원>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시려면) 계좌 개설 먼저 하셔야 하는데요. 이것 먼저 작성해주세요."


증권사에서 펀드를 가입하려면 증권사 계좌를 먼저 만드는 것까진 예전과 같습니다.

<증권사 직원> "자본시장법 시행되면서 고객 투자정보를 입력해야 거래가 되시는데요. 소득상황과 투자경험, 투자목적을 확인하는 절차에요."


고객의 경제상황과 투자목적 등을 파악해 점수화한 뒤 투자자 유형을 안정형에서 공격투자형까지 5단계로 분류합니다.

투자성향별로 증권사 직원이 투자를 권유할 수 있는 상품이 정해집니다.

안정형 고객에게는 ELS와 같은 파생결합증권과 주식, 선물옵션은 아예 권할 수 없습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안정형과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투자자에게는 권유 대상이 아닙니다.

<증권사 직원> "고객님의 경우 안정추구형으로 나오셔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2등급으로 제한돼 있는데요. 채권과 원금비보장형 파생상품펀드만 되고 주식형 펀드는 가입이 안되세요."


<기자> "저 같은 안정추구형의 경우에는 주식형 펀드가 부적합한 걸로 나오는데 아예 가입할 수 없는 건가요?"

<증권사 직원> "가입할 수는 있으세요. 그런데 서류를 한 장 더 작성해 주셔야 하는데요. 고객님 성향인 안정추구형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선택하실 때 작성하는 건데요. 증권사는 권유할 수 없고 고객이 선택하시돼 고객이 책임을 진다는 확인서에요."


투자자 확인서는 투자자가 자신의 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을 판매사의 권유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증명서입니다.

판매사는 투자위험 등급에 따라 분류된 상품을 상세히 설명한 뒤 고객에게 상품명을 직접 쓰도록 안내합니다.

투자확인서에 사인을 하면 가입절차가 끝날 줄 알았지만 남아있는 서류가 두 장.

''펀드 투자자 체크리스트''는 자본시장법 때문에 새로 생긴 서류인데 내용은 ''투자설명서 교부 및 주요내용 설명 확인서''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둘다 상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인지했다는 확인작업이기 때문입니다.

펀드 가입을 위해 오늘 작성한 서류는 모두 다섯장입니다.

서류 작성과 상품 설명에 소요된 시간이 1시간 남짓합니다.

증권사가 비슷한 확인 절차를 여러 번 받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금융감독원
"서류 작성이 많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투자자 보호가) 강화된 법취지를 살리려면 기본적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기자> "손실은 투자자 책임이라는 게 단도직입적으로 명시되어 있더라고요. 불완전판매가 되더라도 나중에 이의제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투자자들도 기본적으로 펀드나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을 가입할 때는 과거와 달리 경각심을 가지고..."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입증 책임은 판매사가 떠안게 됐고 판매사는 불완전 판매를 없애기 위해 고객 확인 절차를 늘렸습니다.

가입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투자자들의 책임도 커진 겁니다.

내가 가입하는 상품이 어떤 상품인지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알고 투자하는 것만이 자본시장법 시대를 맞이한 투자자들의 생존전략이 됐습니다.

WOW-TV NEWS 최은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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