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 8살짜리 여아가 가슴이 아프고 멍울이 잡혀 성조숙증 여부를 진단을 받고자 왔다. 이제 갓 초등 2학년에 28㎏, 132㎝밖에 안 되는데 가슴에 제법 큰 멍울이 잡혀 있었다.
가슴발달 단계로 보면 Tanner 2기(신체발달 단계를 구분하는 기준)에 해당되었다.
사춘기 발달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소아비만이지만 지극히 정상 체중이었다. 부모의 키도 모두 정상 보다 커 유전적인 문제 역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식습관,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를 자세하게 물어 보았다. 특이 한 점은 콩 관련 음식을 아주 좋아해서 매 식사마다 콩밥, 두부, 된장찌개, 콩나물, 두유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이 아이의 빨라진 사춘기 원인은 콩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어 부모님께 일단 콩 관련 제품을 일체 먹지 않도록 지도하고 콩과 관련된 여러 논문을 보여주며 설명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 중에도 때때로 적정량 이상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콩과 관련된 제품이 대표적일 것 같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콩 관련 제품을 제일 많이 섭취하는 나라로 꼽힌다. 많은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콩 관련 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일본 성인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 있다. 또 다른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갱년기 여성의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콩을 적극 권장하는 보고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의 한 연구논문에서 콩에는 식물성 여성호르몬이라 불리는 이소플라본이라는 물질이 있어 일정한 양 이상을 섭취할 경우 인체 내에서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콩 1g에는 0.2~1.6mg 정도의 이소플라본이 함유 되어 있고, 특히 발효시킨 장류 식품에는 더욱 많이 함유 되어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성인보다는 1살~12살까지의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양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아이들이 주로 섭취하는 경로는 이유식, 특수 분유, 두부, 두유, 장류 식품, 콩나물 등이 있었다.
콩은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우리나라 전통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은 콩이라도 사춘기를 빠르게 유도를 할 수도 있다고 추정은 된다. 특히 이유식과 특수 분유에 과량의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과 어린 아이들이 성인보다 많은 양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콩보다는 콩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과정에 환경호르몬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만일 콩을 너무 좋아하고 사춘기 징후도 빨리 나타났다면 콩 종류의 식품을 당분간 중단을 하는 것이 좋다.
위에 소개한 아이는 현재 사춘기 발달을 늦추는 치료와 성장치료를 받고 있다. 초경을 일찍 한다면 키성장도 문제를 준다. 한방치료로 인진호와 율무를 이용하여 과잉된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낮추는 초경지연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약으로 치료를 하면서 여성호르몬이 낮아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음식과 환경호르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몸에 좋은 음식을 어디까지 기준을 정해야 할지 말이다. 치료 기간 내내 마음 놓지 못할 부모와 충분한 성장의 기간을 갖지 못할 아이를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콩 제품의 하루 섭취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더욱 절실해 진다.
(도움말=하이키한의원 성장클리닉 원장 한의학박사 박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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