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유럽 경제가 단일 화폐를 쓰는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면서 안게 된 5가지 모순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진단했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7일 "EMU는 `괜찮은'' 국가와 `괜찮지 않은'' 국가가 무리하게 뒤섞인 탓에 역내 불균형(Imbalance)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며 "회원국 간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유로지역에 역내 불균형이 발생한 것은 모든 회원국이 같은 환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회원국 사이에 `실력 차이''가 확연한 데도 공동 통화(유로화)를 사용하려고 같은 환율을 적용하다 보니 환율이 위기를 경고하는 `조기 경보'' 기능을 못 했다는 것이다.
물가 수준과 대외 경쟁력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을 따져 보면 산업 경쟁력이 낮은 회원국은 고평가돼 있고, 경쟁력이 높은 회원국은 저평가돼 있다.
그러면서 역내 교역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지는 구조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3개국의 상품수지는 2008년 한 해 동안 독일을 상대로 400억 달러를 넘는 적자를 봤다. 역내 교역에서 본 적자는 총 800억 달러에 달했다.
실물과 금융 부문의 지나친 `자급 자족형'' 구조가 위기의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를 증폭시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역내 상품 교역량이 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EMU 출범 당시 28%에서 10년 만에 33%로 높아졌다.
남유럽 4개국에 아일랜드를 포함한 `PIIGS'' 국가들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전체 차입금의 48%에서 많게는 72%에 달한다.
같은 통화를 쓰면서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제각각 운용하도록 한 것도 거시경제의 불안을 가속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유로지역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각 회원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결정하다 보니 금리와 재정이 엇박자를 내기 쉽다. 즉, 국내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ECB가 정책금리를 높이면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재정이 부실한 회원국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조세 기반이 취약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정치적 고려 ▲회원국이 부도에 직면했을 때 써야 할 비상 대책의 부재 등이 문제를 키웠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이 실장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은 대외 불균형이 심해도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남유럽 국가들은 그럴 수 없다"며 "단일 환율 적용이나 재정 통합이 배제된 화폐 통합 등은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 그리스 사태가 수습돼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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