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나흘만인 7일 오전 방중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 보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랴오닝성 다롄시와 톈진시를 방문해 현지 산업시설을 둘러본 소식만 전하고, 베이징 방문과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둘러싼 한.미.중 3국간 사이의 미묘한 입장 차이와 민감한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앙통신은 오전 9시2분 "김정일 동지께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고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이신 호금도(후진타오) 동지의 초청에 의해 5월 3일부터 7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을 비공식 방문해 동북 지역에 대한 방문을 진행하셨다"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7일 오전 10시 현재 북한으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단둥시에 도착하지 않아, 북한 매체들의 방중 보도 자체가 전례를 깬 것으로 보인다.
과거 4차례 방중 때는 김 위원장이 북중 국경을 넘어 자국 영역에 들어간 이후 확인보도가 나왔다.
특히 북한은 전날 제작해 7일 오전 배포한 노동신문(노동당 기관지)에서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별다른 진전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굳이 대외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경제협력이 중요한 북한 입장에서 외자유치 등을 위해 이번 방문의 성과일 수 있는 다롄과 톈진 방문을 부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영접을 받으면서 다롄시를 방문해 대련빙산그룹, 대련기관차생산공사, 요령어업그룹, 대련설룡산업그룹 등을 참관하고 왕민(王珉) 랴오닝 당서기, 천정가오(陳政高) 랴오닝성장,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류즈쥔(劉志軍) 철도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리 부총리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했다.
톈진에서도 장가오리(張高麗) 톈진 당서기, 황싱궈(黃興國) 시장 등의 안내를 받으면서 톈진항을 시찰하고 연회에 참석했다.
이 통신은 "김정일 동지께서는 8천리에 달하는 중국 동북 지역을 오가시며 중국 인민의 사상감정과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분을 깊이 있게 요해하셨다"며 "이번에 진행하신 중화인민공화국 비공식 방문은 호금도 동지와 중국의 당과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뜨거운 환대 속에 성과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최태복.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노동당의 장성택(행정).김영일(국제).김양건(통일전선) 부장,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현철해.리명수 국방위원회 국장, 김평해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 태종수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 등이 수행했다.
평안북도와함경남도를 총괄하는 김평해.태종수 두 책임비서가 수행원단에 포함된 것은 중국의 ''동북진흥 계획''과 연계, 다롄시와 톈진시 등을 벤치마킹해 평북.함남 지역을 개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