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보는 경제] 산업활동통계 바로읽기

입력 2010-05-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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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던 어린 시절에는 생각날 때마다 키를 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콩나물도 아닌데 한 달 만에 얼마나 크겠느냐 하면서도 전 달에 비해 별 차이가 없으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연간으로 모아 보면 작년보다 8센티나 더 자랐음을 알고 의기양양해 하기도 했다.

결국 비교시점을 언제로 정하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침울해지기도, 흡족해지기도 했던 것이다.

언론에 공표되는 통계자료를 접하다 보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단어 중에 ''전년동기비''와 ''전기비''가 있다.

전년동기비는 통계 수치를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전기비는 바로 직전 기간과 비교할 때 쓰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통계를 분석할 때 전기비보다 전년동기비를 더 많이 이용한다.

이는 기후나 영업일수 변화, 설·추석의 유무 등 계절변동 성분으로 인해 단순하게 전기비를 사용하면 정확한 경제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년동기비 역시 분명히 한계를 갖고 있다.

바로 1년 전 상황이 호황이었을 경우엔 현재의 지표가 실제보다 위축돼 보이고, 반대로 불황이었을 경우엔 현재 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보이는 소위 ''기저효과(base effect)''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좋은 방법은 없을까?

사람들은 카페인 성분의 부작
용을 걱정하는 커피 애호가를 위해 생두로부터 카페인을 분리시킨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어 냈다.

이와 같이 전기비를 이용하되 자료에서 계절변동 성분을 제거해내면 최근의 경제활동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것을 ''계절조정 전기비 통계''라고 한다.

계절조정계열 전기비의 유용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 말 발표된 ''3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자.

경기가 현재 호황인지 불황인지, 경기가 향후 어느 정도로 개선되거나 악화될 것인지를 알려주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파란 불을 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두 가지 걸리는 것 중 하나로 올 들어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경기선행지수가 있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는 하락하고 있으니 찜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통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전월동기비''는 0.7%p 하락했으나 ''계절조정계열 전월비''는 0.1%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즉 동 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이와 비교한 올 3월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향후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보다는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멀리서 봤던 조형물을 가까이서 보았을 때 의외로 큰 것에 놀라기도 하고, 넓게만 느껴졌던 마을이 높은 곳에서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통계 자료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때로는 숫자 중심으로 보는 통계에서 글자나 그림을 읽는 통계로 시각을 바꿔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글 :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김선임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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