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주주가 자기회사 주식사면 오른다"

입력 2010-05-16 12:33   수정 2010-05-1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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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유럽발 재정위기와 중국 긴축 우려 등으로 급등락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 대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유럽의 금융 위기로 금융업 전체가 충격을 받으며 증권주 대부분이 급락하자 대주주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저가 매수''차원에서 사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오너 일가들의 주식 매입은 단기간에 차익을 실현하는 투기적 매매가 아니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주식 매입은 회사 가치에 대한 신뢰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직원이나 주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 특수관계인 안정적 경영권 유지

증권사의 주인인 대주주들의 자기회사 주식매수는 일단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기본적인 시각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유화증권의 윤장섭 성보화학 회장은 유화증권 주식을 소량이지만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윤 회장의 보유주식은 14일 기준으로 보통주 137만9013주(지분율 12.16%), 우선주 72만8365주(20.84%) 등 모두 210만7378주로 확대됐다.

지난 2월 16일 기준 보유주식이 보통주 135만9793주(지분율 11.99%), 우선주 72만2375주(20.67%)였던 것에 비하면 매수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주가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의 지분확대는 의미있어 보인다.

유화증권 창업자인 윤 회장은 올들어 보통주를 1만9220주 매수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08년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보유 주식을 증여하고 다시 자사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아들이나 손자에게 또 다시 증여하는 매매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특수관계인을 통한 회사 경영권 확보와 동시에 주가 안정을 노린 방어적 성격의 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윤 회장의 아들이자 유화증권의 대표이사인 윤경립 사장이 보통주 177만732주(15.61%)와 우선주 3만2861주(0.94%)를 보유하고 있어 특수관계인 가운데 가장 많은 회사 주식을 갖고 있다. 유화증권은 최대주주인 윤경립 사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27명이 보통주 기준으로 695만6215주(61.34%)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선주 또한 전체 발행주식의 69.14%인 241만6929주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진흥상호저축은행(66만7260주 5.88%)과 한국상호저축은행(61만5430주, 5.43%)이 10% 넘는 보통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우호적 세력의 지분율은 72.65%에 달한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역시 이달 들어 다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지난 11일 지분율이 0.56%로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대신증권의 창업자인 양재봉 대신송촌문화재단 이사장의 며느리인 이어룡 회장은 1월부터 4월까지 6220주를 장내에서 매수해 보유 주식수를 45만7990주(0.53%)로 늘린 뒤 이번 달 들어 추가로 2만5500주를 사들여 48만3490주(0.56%)까지 확대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양홍석 부사장도 1월과 2월에 1만3000주를 매수해 보유 주식수를 296만4199주(5.83%)로 늘린 이후 이 달 들어서는 12만9520주를 사들여 모두 309만3589주(6.09%)를 보유하게 됐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대신증권은 양홍석 부사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7명이 보유한 주식이 403만1424주(7.94%)에 불과하고 우호적 관계인 대신증권 자사주 938만8808주(10.82%)와 김송규대신사주조합 328만9288주(3.79%)를 포함해도 전체지분이 22.55%로 다소 불안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신증권은 우선주 지분 처리문제를 놓고 가끔 미확인 소문이 돌기도 하는데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우선주 104만3556주(2.90%)와 자사주로 보유한 우선주 400만주(11.11%)가 만만치 않은 수량이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 낮은 지분율 해소 ''경영의지 표방..M&A 방어''

기본적으로 낮은 지분율 때문에 경영의지를 의심받거나 인수합병(M&A)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주주 지분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이달 초순에는 KTB투자증권의 대주주인 권성문 회장은 1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동원해 지분을 확대했다. 권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게임회사 엔도어즈를 넥슨에 매각하면서 생긴 현금 중 일부를 KTB투자증권 지분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지난 3일 모두 72억원을 들여 KTB투자증권 보통주 200만주를 주당 3620원에 장내매수했다. 이로써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권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1.95%에서 3.26%가 증가해 15.21%가 됐다.

권 회장의 지분 매입은 지난 3월에도 있었다. 권 회장은 3월 25일 일본아시아투자회사의 KTB투자증권 보유지분 중 우선주 102만8270주를 주당 3115원에 매수했다. 총 매수금액은 32억원이고 당시 지분은 10.46%에서 11.95%로 증가한 바 있다.

보통주와 우선주 두차례의 지분매입을 합치면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총 104억원을 들여 지분을 늘린 것이다.

권 회장의 KTB투자증권 지분 확대는 엔도어즈 매각과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 엔도어즈는 3일 국내 1위 온라인게임업체 넥슨에 권 회장 지분을 포함해 주식의 67%를 넘겼다. 매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권 회장은 낮은 지분율로 인해 KTB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지분매입은 이런 의구심을 상당부분 불식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권 회장이 KTB투자증권 지분 확대에 나선 것 역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비교적 낮은 지분율을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의 평가다. 한편 KB자산운용은 연초 KTB투자증권 지분 14.62%를 보유했으나 분할매도에 나서면서 현재는 9.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편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도 지난 11일 장내매매를 통해 보통주 3220주와 우선주 590주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원 회장의 보통주 보유주식수는 149만8859주(보통주 지분율 15.97%)로 늘어났다. 우선주도 13만3808주(우선주 지분율 1.9%)로 확대했다.

원 회장은 지난 4월에도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22일 신영증권 우선주 120주를 주당 2만7600원에, 26일에는 보통주 600주를 주당 3만7500원에 각각 사들였다. 앞서 12~19일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우선주 1만1500주를 주당 평균 2만7249원에 매수했다.

지난 3월에는 부국증권 최대주주 김중건 회장의 동생 김중광씨가 9년만에 지분을 크게 늘렸다.

김중광씨는 2001년 11월 시간외매매를 통해 3.93%(보통주 40만7680주)를 확보한 후 9년만에 지난 10일과 11일 주당 2만1995원에 보통주 3만6900주를 취득해 보유지분율을 기존 9.92%에서 10.2%로 늘렸다.

오너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는 부국증권은 현재 김중건 회장이 지분율 10.96%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고 동생 김중광씨가 10.2%, 김씨 형제의 모친인 장복련씨가 0.1%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김중광씨가 지분(10.20% 136만주)을 늘리면서 최대주주인 김중건 회장(10.96% 146만주)과 양대축을 형성했다.

현재 장옥수 대표이사 사장의 전문경영인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부국증권은 리딩투자증권이 2004년 3월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 부국증권 지분 19.76%(보통주 기준 204만주)를 소유하고 있어 인수합병(M&A) 가능성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 결국 주가는 오른다..''저평가 국면 매수''

증권사 오너들의 주식 매수는 해외 악재 충격으로 금융주 낙폭이 컸다는데 공통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주가가 높았던 지난해에는 증권사 대주주들의 자사주 매입이 거의 없었던 데 비해 지난 3월 이후 증권주가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식 매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최근 증권株 주가가 코스피 지수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짐에 따라 대주주 입장에서 중장기적 경영권 확보 목적과 함께 성장성을 확신하고 저가매수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증권사 대주주들은 저평가됐다는 판단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시장 상황보다 나빠진 증권사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지난 11일 ''증권株가 바닥에 근접했다며 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대우증권은 증권 업종에 대해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가치평가) 하단에 근접했다''며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정길원 연구원은 "주요 증권사의 4월 실적은 대체로 무난할 것"이라며 "상위 증권사는 300억~400억원의 세전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이자이익이 강한 증권사와 나머지 증권사의 실적 격차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 "5월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대금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추가적인 금리 하락도 예상된다"며 "예탁금도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만큼 성급하지만 4월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핵심이익이 뒷받침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랩어카운드 등에서 성과를 거두는 상위 증권사로 투자범위를 압축할 것을 권했다.

정보승 한화증권 책임연구원도 "증권사들의 주가는 향후 금리상승으로 인한 보유채권 평가손실, 유동자금 유출 같은 외부적인 악재가 가장 잘 반영돼 있는 수준"이라며 "현재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태인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충격에 하락은 적지만 반등은 크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 투자자들의 증권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외부적인 충격에 대해서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최근 반등도 그리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IMF의 직접적이고 신속한 조치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각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임승주 교보증권 연구위원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임 연구원은 "G-20, IMF 공조체제가 안정화 되면 저점매수의 기회가 올 것"이라며 "증권주는 3개월 정도 박스권내에서 매매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 문제가 확산되면서 코스피 대비 상대적 박탈감을 보여주는 증권주가 저평가 인식과 수급 개선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대주주의 판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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