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에는 외환은행 매각 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국계 금융기관 3~4곳이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다음 달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 이후 국내 은행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6월 중순까지 비밀유지동의서(CA)를 제출한 외국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구속력이 없는 사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속력 있는 입찰(바인딩 비드)을 진행하기에 앞서 이들 기관으로부터 인수 희망 가격과 조건 등을 받아 인수 의사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외국 은행들은 실제로 인수보다는 국내 은행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참가하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6월 말쯤 되면 진전된 인수 의사를 밝힌 기관들의 윤곽이 파악될 것"이라며 "이후 가격 조건 등이 맞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다시 입찰을 해 우선대상협상자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수 후보로는 ANZ은행과 맥쿼리 은행 등 호주계 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 등 3~4곳이 거론된다.
다만 6월 중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발표되면 국내 은행들도 외환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론스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하기 전에 국내 금융기관이 인수를 희망하면 입찰 참여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론스타로서는 경쟁 구도가 돼야 외환은행의 몸값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2006년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에 대한 본계약을맺고도 검찰 수사를 받던 론스타 측의 계약 파기로 인수 기회를 놓친 바 있다.
KB금융이 재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만약 외국계 은행과 KB지주 등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관전평은 엇갈린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호주계 은행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호주 달러가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화 대비 평가 절상될 것으로 보여5조~6조 원대로 예상되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 변수다.
반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통과하려면 아무래도 국내 은행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외환은행 인수자로) 국내 은행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은 공정한 경쟁의 장이고, 해외 인수자와 국내 인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을 고려할 때 국내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경쟁입찰을 통해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하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내년 상반기에나 이뤄져, 그 전에 이뤄질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인 KB금융의 경우 오는 7월 주주총회에서 회장이 선임된 이후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내부 합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정상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편 론스타는 지난 2007년 지분 13%를 블록세일로 처분해 1조2천억원 가량을 손에 넣고, 세 차례에 걸친 배당으로 8천억원 가량을 챙기면서 투자원금의 93%를 회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