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에서 나란히 횟집과 쌈밥집을 운영하는 H씨와 S씨가 월말에 영업을 마친 다음 각자의 월 매출액을 따져봤다.
두 식당 모두 전월보다 매상이 올랐다.
그런데 마냥 좋아하는 S씨와 달리 H씨의 표정은 밝지 않다.
횟집을 운영하는 H씨는 최근 어획량의 감소로 급등한 횟감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판매 가격을 인상했고 그에 따라 손님이 조금 줄었다.
매출액 증가가 손님이 늘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가격 인상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좋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반면 S씨가 운영하는 쌈밥집은 웰빙 열풍을 타고 쌈밥의 인기가 부쩍 높아진 덕분에 손님이 늘었고 매출액도 따라 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겉으로 나타난 결과만을 보기보다는 그 속내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웃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매월 발표되는 수출입동향을 볼 때 일반의 관심사는 수출액이 얼마나 늘었는지, 무역수지가 흑자인지 또는 적자인지이다.
수출액이 늘면 물론 좋은 일이지만 ''양보다 질''이라고 그 내용이 알차야 진정으로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속 시원히 알려주는 통계가 있으니 바로 ''무역지수''다.
수출입 금액은 앞의 예와 마찬가지로 가격과 물량이 변동해 달라지는데, 이를 각각 수출입단가지수와 수출입물량지수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무역지수의 개념을 확장해 ''교역조건''까지 살펴볼 수 있다.
우리가 물건을 거래할 때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유리하듯이 국가 간 교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품수출입이 가격상 얼마나 유리해졌는지 아니면 불리해졌는지를 알아보려면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누어 계산한, 즉 한 단위 수출대금으로 얼마만큼 수입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을 보면 된다.
올해 1분기 중 수출금액은 전년동기대비 36.6% 증가한 1천16억불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선 정도로 회복된 것이다.
무조건 좋아하기에 앞서 과연 그 내용도 충실한지 살펴보자.
같은 기간 중 수출단가지수와 수출물량지수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15.1%와 22.6% 상승했다.
원재료인 원유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가격이 오른 것이 수출단가지수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수출물량지수 역시 가격이 오른 석유제품의 수출물량은 줄었으나, 반도체와 승용차의 수출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상승했다.
결국 수출단가가 상승하긴 했지만 그보다 수출물량 증가폭이 더 컸다.
순상품교역지수도 전년동기에 비해 0.6% 개선됐다.
따라서 1분기 중 우리나라 수출입의 내용은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통계지표 중에는 경제 현상이 ''빛 좋은 개살구''인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격''인지 알려 주는 것이 많다.
통계 수치를 접할 때 단순히 ''얼마인지''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까지를 알면 경제 현상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이든 겉만 보는 것보다 그 속을 잘 알아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겠는가?
<글 : 김선임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