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중간배당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달 중순께 이사회를 열어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중간배당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중간배당이 외환은행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줘 매각절차를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에 론스타가 은행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 재원을 사용하지 않고 이익실현에만 급급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중간배당을 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이달 중순 열리는 이사회에서 중간배당을 위한주주 확정을 위해 주주 명부 폐쇄일 등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외환은행은 올해 2월 이사회에서도 지난해 연간 실적을 확정하고 주당 510원씩 총 3천289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당시 세전으로 1천678억 원을 배당받았고, 지난 4년 연속 배당으로 총 8천559억원을 챙겼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외환은행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중간배당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올해 상반기 추정 순이익 약 6천100억 원, 배당성향 40~50%를 감안하면 주당 배당금은 약 400~500원 수준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렇게 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배당만으로 1조원 이상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지난 2007년 6월 외환은행 지분 13.6%를 매각하면서 받은 1조1천927억원을 합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회수하는 금액은 투자 원금 2조1천548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은 지난 2008년 3월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 분기배당(중간배당)을 통해 추가로 투자금을 회수할 길을 열어놨으며 중간배당을 하게 되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자금을 조기 회수하기 위해 중간배당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론스타는 과거 HSBC와 협상 당시에도 배당 지급 때 해당 금액만큼 인수대금에서 차감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면서 "이번에도 중간배당을 시행하면 인수자의 가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한 점도 한 이유다. 현재 호주 ANZ은행 등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가격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이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기 때문에 론스타로서는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필요가 있다"며 "매각이 지연되면 사모펀드인 론스타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3월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6.02%로 국내 은행권 중 최상위 수준이어서 배당 여력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안팎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직원 임금은 2년째 동결된 데다, 언제 매각될지 몰라 경영진이 은행의 중장기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상황인 데도 론스타는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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