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대조표 경기이론’ 과 글로벌 증시 7대 리스크

입력 2010-10-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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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다시 주목하는 ‘대차대조표 경기이론’과 글로벌 증시 7대 리스크

소위 ‘볼커 룰’로 상징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형은행 규제 이후 주목받았던 ‘대차대조표 경기변동이론’이 최근 들어 다시 월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이론은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수석경제학자인 리처드 구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대차대조표 상황을 감안해 경기와 증시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즉, 금융사들의 대차대조표가 너무 취약하면 중앙은행이 아무리 자금을 공급해도 기업과 개인에 대한 대출이 줄어 들게 돼 경기와 증시는 침체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이 이론이 갑자기 다시 부각되는 것은 오바마의 대형은행에 대한 규제내용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기 과정에서 비중이 더욱 높아진 대형은행이 본래 목적을 충실히 기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예금만 운영하고 자기자본이나 타인자본을 빌려 투자하는 ‘자기자본 거래’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설립과 지원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실물경제에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형은행의 대차대조표를 건실하게 하게해 금융과 실물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종전처럼 자기자본 거래로 고수익을 추구하다 대형은행들이 다시 어려워지면 자기책임의 원칙대로 방치하지 못하고 대신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어 국민들의 혈세로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형은행의 대차대조표를 개선하는 일은 여러 해가 걸린다. 이 때문에 이번 위기처럼 대차대조표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을 경우 초기 정책당국의 구제책으로 안정을 찾았던 금융시장과 경기가 다시 불안해 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정책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고통이 따르지 않는 대안은 없다. 이 과정에서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되고 각종 거품과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지난해 여름 휴가철 이후 금융시장과 경기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자마자 출구전략 논쟁이 심해지고, 곧바로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칼 스페인을 비롯한 각국의 재정적자에 따른 신용등급 위험이 발생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고 실물경기를 안정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규제책을 통해 오래 걸리는 대형은행들의 대차대조표 개선을 조기에 앞당겨 금융과 실물간의 연계성을 강화할 경우 정책당국의 극약처방으로 안정을 찾기 시작한 금융시장과 실물경기를 보다 근본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금융과 실물간의 연계 고리가 형성돼야 올해 주가 향방에 월가에서 가장 주목해서 바라보고 있는 세 가지 ‘패러다임 쉬프트’, 즉 구조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현상을 ‘밴드 웨건 효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주가가 계속 상승하기 위해서는 위기 이후 국가에 의해 주도돼온 경기가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이행돼야 한다. 또 정책요인에 의해 유동성을 더 이상 공급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그동안 퇴장됐던 통화가 시중으로 방출돼 증시로 유입될 수 있어야 가능하다. 투자심리면에서는 위기극복 초기때 위험자산 투자에 선두에 섰던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까지 가담해야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불균형 심화에 따른 환율전쟁과 통상마찰 리스크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대에 따른 소버린 리스크 △정책전환에 따른 출구전략 리스크 △달러캐리자금 이탈 리스크 △금융사 추가 부실리스크 △과도한 가계부채 리스크 △고용불안에 따른 휴먼 리세션 리스크 등 그동안 우려해 오던 글로벌 증시의 7대 리스크들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 리스크를 평가해 보면 아직까지는 ‘증시의 흐름’을 꺾어놓을 만한 높은 위험은 적다. 하지만 갈수록 심리가 경기와 증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모바일 등을 통해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네트워킹 효과’를 감안하면 이번 위기과정에서 발생했던 두바이 쇼크나 유럽발 재정위험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투자자들이 실제 현실보다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글로벌 환율전쟁이 날로 치열하게 전개되자 최근 들어 다시 은행들의 대차대조표 개선 등과 같은 향후 주가 상승에 필요한 3대 구조전환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에 부심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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