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서든 스톱 현상을 고려한 주식투자

입력 2010-11-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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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재추진한 이후로 거세게 유입되던 외국자금이 최근 주춤거리자 국내 증시에서 ‘서든 스톱(sudden stop)’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서든 스톱이란 예상하지 않은 외국자본 유입 중단과 그에 뒤이은 대규모 외자 유출현상이다.

최근 들어 각종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국제 자금흐름이 주도가 되는 상황에서 한국 등 신흥국들의 주가나 경기 향방, 개인별 재테크 성적 등이 서든 스톱 발생과 대응 방식에 따라 좌우된다.

캐리 트레이드의 이론적 근거는 각국 통화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대상국들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차입해 투자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이는 투자대상국과 자금차입국간의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먼 사태 이후 대규모 청산 작업이 진행되면서 신흥국들의 증시와 경기에 커다란 충격을 줬던 캐리 트레이드가 지난해 2∼3분기에 이어 올 8월 이후에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경제여건이 건실하고 환율전쟁의 주변국이면서 외자관련 정책변경이 잦지 않은 우리나라로 집중 유입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러캐리 자금을 중심으로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고 있다는 점이 종전과 다르다.

통화별 트레이드 유인을 나타내는 지표인 CTR 비율(환율변동위험/통화간 금리차익)을 보면,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가장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다. 런던금융시장에서 달러-리보금리가 가장 낮은 데다가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캐리 자금이 종전의 엔캐리 자금과 구별되는 것은 그 규모부터 크다는 점이다. 각국 외환보유에서 여전히 65%에 달할 정도로 중심통화인 데다 빅 스텝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정책으로 달러 유동성이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달러캐리자금의 유출입시 유입국의 자산거품과 붕괴 폭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국제자금시장에서 저금리 통화가 다수 존재하고 있어 자금조달 여건상 미세한 변화가 있는 경우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통화가 급격히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엔캐리 시기에는 엔화가 거의 독보적인 저금리 통화였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선진국 통화의 조달금리가 1%를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축소됐다. 테드(TED, 달러리보금리-미국 국채 금리) 스프레드, 빅스(VIX) 지수 등 각종 위험을 나타나는 지표는 위기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오히려 신흥국들의 금리인상과 기대로 상당기간 제로 금리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금리차는 더 벌어져 달러캐리자금의 청산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번 환율전쟁도 신흥국 증시에 자금유입을 촉진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미국은 양적완화정책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의 시장개입도 불태환 정책(달러 개입분 만큼 풀린 돈을 환수 혹은 중화시키는 정책)을 수반하지 않아 환율전쟁이 치열해질수록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달러캐리 자금의 본격적인 청산은 유입국보다 주로 미국측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 등이 내놓는 전망을 보면 내년에도 미국보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기가 더 좋게 예상된다.

또 미국측 요인이라도 경기가 재둔화되지 않는다면, 미국금리가 인상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일 시기를 전후로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지만 경기만 받쳐준다면 금융시장이 위기로 빠질 가능성은 적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경기가 재둔화되면서 금융부실로 증거금 부족현상이 발생하는 경우이나 다행인 것은 지난 3년간 미국 금융사들은 고위험자산과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면서 레버리비 비율과 글로벌 투자비중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앞으로 위기가 재발하더라도 그 파장은 한국 등 역외국보다 미국 내로 수렴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우리 외환당국이 환율전쟁 대응차원에서 원화 환율의 움직임을 돌려놓는 역행적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 한 외국자금의 서든 스톱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외국자금이 유입되면 될수록 주가 저평가 정도와 환차익 소지가 감소돼 유입규모가 줄어들고 이미 고수익을 얻는 스마트성 외국자금들은 차익을 실현해 선도적으로 이탈될 소지도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예적금, 여전히 부진한 부동산 시장,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금과 채권값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주식투자는 유망해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비관론을 고집했던 사람들까지 뒤늦게 가담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낙관론이 불고 있으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주식투자는 기대 수준을 낮추고 외국자금이 이탈될 때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익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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