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다 뺏긴다...'과메기'의 미래는 [증권사 호실적 이면]

박해린 기자

입력 2021-06-10 18:09   수정 2021-06-10 18:09

    신메기 위협받는 '과메기' 키움
    키움, 점유율 추이 하락세
    토스, 두달만에 300계좌 돌파
    영웅문 관련 불만 '속출'
    사업 다각화 '절실'
    <앵커>
    `증권사 호실적의 이면`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증권부 박해린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앞서 두 편의 리포트를 봤는데 간략하게 정리부터 해주시죠.
    <기자>
    정리하자면 증권사 1분기 순이익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증권사가 특정 사업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증시 호황 덕이 컸고,
    코로나19 이후로 증시에 유입된 수많은 `동학개미`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겁니다.
    <앵커>
    단순히 수수료 장사로 실적이 잘 나온 건데 여의도가 취해있다는 거군요.
    사실 언제라도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증시에서 떠난다면 실적이 뚝 떨어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죠. 그런데 증권사들이 정작 고객 서비스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앞서 보셨듯 지난해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HTS, MTS가 먹통인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증권사 전산장애는 28건으로 전년에 비해 2배 가깝게 늘었고, 올해는 1분기에만 벌써 8건입니다.
    증권사들이 전산 설비 구축에 돈을 쓰긴 썼지만 벌어들인 돈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1분 1초가 중요한 주식거래 특성상 트레이딩 시스템이 먹통이 돼 버리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큰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최근 금융감독원에선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하고 피해 예방을 위한 지침까지 발표했습니다.
    <앵커>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겁니까?
    <기자>
    대체 주문 수단을 미리 숙지해 놓고 장애가 발생하면 가까운 지점에 방문하거나 고객센터에 유선으로 대체 주문을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아무리 지점이 가깝다고 하더라고 1분 1초가 빠듯한 상황에 지점에 찾아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앵커>
    그렇죠. 요새는 증권사들이 지점도 가뜩이나 줄이고 있잖아요.
    유선으로도 한다고 해도 많은 분들이 동시에 전화를 하면 연결되는 일 또한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꼭 전화를 해야 추후 증권사에 보상 신청을 할 때 피해를 입증할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또 증권사가 보상 신청 접수를 받을 때 기간 내 투자자가 직접 신청을 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까지 유념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증권사에서 서버를 잘 확충해 놓으면 투자자들이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죠.
    <앵커>
    금감원에서 투자자들에게 `예방` 지침이라고 내놨는데, 사실 예방은 증권사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서 리포트를 보면 키움증권의 전산 장애 건수가 제일 많더라고요.
    <기자>
    네,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증권사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이 많은 만큼 붐비기 때문에 전산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운동장을 더 넓게 만들어야겠죠.
    약 20년 전, IT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 증권사로 탄생한 키움증권은 당시 증권업계 `메기`로 불렸습니다.
    혁신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로 개인투자자들을 크게 끌어모은 건데요.
    지금은 기존 증권사들도 동일한 서비스들을 내놨고 토스증권과 카카오증권 등 새로운 메기가 등장하고 있잖아요.
    시장에선 기존 금융사와의 차별성은 도태되고, 신 메기에게 설 자리를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신 메기의 등장으로 기존 메기는 구메기가 된 거군요.
    <기자>
    네, 전 좀 더 재밌게 과거 메기라고 해서 `과(거)메기`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네, 그러시죠.
    박 기자, 지난해 만에도 키움증권 계좌 수가 몇 만개를 돌파했다, 이런 자료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아직 과메기의 상황도 괜찮은 것 아닙니까?
    최근엔 어떻습니까.
    <기자>
    신규 계좌 수 증가세도 올 들어 줄곧 둔화되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올해 1월과 지난 4월의 신규 계좌수를 비교해보면 반 토막 이상 난 상황이죠.
    가랑비에 옷 젖듯 이미 시장 점유율 또한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3분기부터 보면 분기별 시장 점유율 추이는 지난해 3분기 22.78%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네요. 물론 이미 많은 분들이 지난해 증시에 뛰어든 만큼 시장이 포화된 탓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기자>
    네, 맞습니다.
    다만 토스증권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지난 4월과 5월, 토스증권의 신규 계좌 가입 건수는 두 달 만에 3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앵커>
    이때 이벤트를 하지 않았습니까? 무료로 주식을 1주씩 줬던 것 같은데 그 효과 아닐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벤트 효과도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무료 주식 이벤트는 기존 증권사들도 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이 효과로만 보는 건 어렵습니다.
    또 신생 증권사니 일시적으로 계좌 수가 늘어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속도가 굉장하죠.
    참고로 국내 최대 리테일 증권사가 200만 계좌를 끌어모으는 데 7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업계에선 이건 시작에 불과다고 봅니다.
    <앵커>
    남들은 7년 만에 일궈낸 걸 두 달 만에 해냈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긴 하네요.
    어떤 점이 고객들의 마음을 잡은 걸까요.
    <기자>
    기존 증권사들과 가장 차별된 점이라고 하면 별도 MTS 앱을 깔지 않고 기존 플랫폼인 토스 앱 안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미 토스 앱 가입자는 2000만명이 넘습니다. 그만큼 인지도도 높고 접근성이 좋다는 거죠.
    그리고 오는 9월 토스뱅크까지 출범을 하게 되면 은행, 증권, 보험, 결제가 한 앱에서 가능해집니다.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앵커>
    박 기자, 기존 증권사들은 한 앱에서 MTS만 가능한데도 오류가 적잖은데, 토스는 이게 한 앱에서 모두 가능한 겁니까?
    전산장애 위험이 더 큰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래서 저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이용자들의 후기를 살펴봤습니다.
    단적으로 키움증권의 영웅문을 보면 3점 초반대의 별점을 기록하고 있고, 이용자들의 항의와 불만 글이 이렇게 빼곡히 올라와 있습니다.
    <앵커>
    앱이 계속 종료된다, 영업점도 없는데 MTS에도 투자를 안 하는 것 같다, 이런 항의글들이 많네요.
    <기자>
    네, 리뷰가 5만개 정도 있었는데 대부분 이런 불만글이었습니다. 비단 키움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증권사 앱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후기를 남길 때 보통 건의사항이나 불만을 남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토스 앱을 봤는데, 보시죠.
    별점은 4점 초반대로 상대적으로 높았고요. 약 17만개의 리뷰 중 UX, UI가 보기 좋고 편리하다는 호평이 상당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앵커>
    그렇네요. IT기술로 무장한 `신메기`의 등장으로 고객 쟁탈전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기존 증권사들이 속수무책으로 고객을 뺐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앞서 기자 리포트에서도 봤듯 수수료 수익에만 의존하다가는 실적 타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죠.
    따라서 기존 증권사들은 신사업 개척으로 사업 다각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또 최근 증시 거래대금 또한 주춤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이미 삼성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리테일 수익에 의존하는 키움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각각 5%, 9% 하향 조정했고요.
    전문가들은 신 메기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증권사들이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산 보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싹 다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토스증권과 카카오증권은) 편리성을 토대로 기존 고객들을 가지고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의 금융사들이 당해내기 쉽지 않을 겁니다. 전산을 좀 보완한다 이 정도로 접근하면 안 되고, 과거의 금융관행에서 180도 변신해야 합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투자를 어떻게 할지는 각 증권사 역량에 달려 있을 텐데, 이 점이 추후 증권업계 판도를 가를 것으로 보이네요.
    신 메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기존 증권사들이 어떤 혁신적인 도전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박해린 증권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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