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NA 칼럼] 라오스 첫 열차를 타고서

입력 2022-03-03 10:53  

어렵사리 기찻길에 올랐다
오직 역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라오스 기차표
몇 번에 걸쳐 시도를 해보았지만 이미 만석이었다
하루 2~3차례 다니는 열차를 꼭 한 번은 타보고 싶었다
2021년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라오스의 첫 열차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절치부심 끝에
60억 달러를 투여하여 6년여 만에 완성된 그 열차를
귀국하기 전에 한 번은 꼭 타야 할 것 같아서
수소문 끝에 웃돈을 얹어주고 기차표를 구하였다

아침 일찍 들뜬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야 한다는 소문 때문에
8시발 루앙프라방행을 타기 위해 7시도 안되어 역에 도착했다
이미 기차역에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해외 나들이처럼 커다란 가방을 끌고 왁자지껄
시내에서 30분이나 떨어진 외진 이 역까지 왔지만
피곤이란 기색은 아랑곳 없이 마치 봄 소풍 나서듯이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붉은 화색이 돌고 있었다

여권과 백신 접종 증명서와 열차표를 보이고 첫 관문을 통과하자
X레이 검색대가 나왔다. 짐을 올려놓고 검색대를 지나자
보안요원의 손이 내 몸의 앞뒤를 샅샅이 훑는다
항공기 탑승 시보다 더 꼼꼼한 검색 프로세스이지만
아무 불만도 없이 줄을 서라 하면 줄을 서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3차례에 걸친 검사를 잘도 받는다
열차에 오르자 통로가 꽉 막혔다
좌석을 못 찾아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키고
아마도 첫 기차여행이라서 그런지
산골짜기 아낙이 첫 서울 나들이 가듯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커다란 보따리들이 난간에 북새통을 이루어 갈팡질팡

출발을 알리자 열차는 철로 위를 스르르 미끄러진다
모두들 자리를 잡고 겨우 한숨을 돌린다
1시간 거리인 방비엥까지는 2월의 벼논과 산에 걸린 구름들이
유리창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고속철도지만 최고 속도가 160Km에 지나지 않아 풍경이 걸려있다
하지만 산악지대인 카시 마을부터는 온통 터널이다
터널이 끝났나 싶으면 또다시 터널이다
총 연장 414km 중 170개의 다리와 72개의 터널로
200km 가까이가 터널과 다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터널이 길어지자 마치 지하철 타는 기분이 든다
안락한 풍경여행은 고사하고 졸음이 몰려온다

그러다 얼핏 유리창에 하늘이 드러났다
2시간도 안되어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자 더운 바람이 확 얼굴을 끼얹는다
하늘 높이 치켜들고 마치 큰 사찰처럼
산으로 빙 둘러싸여 당당하게 앉아있는 루앙프라방 역사
많은 탑승객이 쏟아져 나오자 역사는 일시 활기를 띤다
라오스 철도의 최대 수혜 지역이라는 이곳
중국 윈난성과 라오스의 수도에서 접근이 훨씬 쉬워졌다
주차장에는 미니 버스며 오토바이며 뚝뚝이까지
도심까지 데려다줄 운송수단이 줄지어 손님을 부른다
2만 5천 킵(3천 원)을 지급하고 미니 버스에 올랐다
움푹 파인 비포장도로가 대부분, 일부는 포장공사가 한창이다
20km 산길을 돌고서야 도심에 도달할 수 있었다

루앙프라방 강변에서 블랙커피를 마시며
아직 어설프기도 한 라오스의 기찻길의 여독을 풀었다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전략과
라오스의 내륙 국가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오랜 숙원이 맞물려
라오스 지분은 30%이지만 중국 지분이 70%에 달하고
대중 부채 15.4억 달러를 껴안고 건설된 라오스 철로
이 철로는 라오스의 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까?
Pan-Asia의 3개 철도망과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가 완성되고, 라오스의 철도 연결망, 호텔 등 기반 시설 구축될 경우
라오스에게 경제적 이득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Pan-Asia 철도망 일부 구간
1. 서부망 : 쿤밍-미안마-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지연)
2. 중부망 : 쿤밍-라오스-태국
3. 동부망 : 쿤밍-베트남-캄보디아-태국(지연)
현재 워낙 불량한 육로의 차량 수송과 비교해서
철도는 운송비를 40% 감소시키고, 운송시간은 70% 단축된다며
최근 2개월 동안 139,000톤의 화물 수송과
일평균 1,700명의 탑승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시 외곽에 위치한 기차역까지 연결로가 턱 없이 부족하고,
표 예매조차 어렵고 호텔 등 편의시설이 미비하다
기차요금도 라오스 국민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을 주요 관광 거점으로 두고 있지만
라오스 철도는 열차여행 자체의 관광 유입보다는
대중국 화물 운송의 주요 수단이 될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나고 국경이 다 열린다면
중국의 철로 여행객이 얼마나 유입될까?
기대만큼 대륙 화물 수송의 주축 역할을 할까?
15억 달러 빗에 허덕이지 않고 부가가치가 창출되어
애물단지가 아니라 복덩어리가 될 수 있을까?
라오스에 놓인 철도지만 중국이 70%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이 야릇한 곤경을 어떻게 벗어날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동남아 거점 허브로 크려는 꿈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철로가 라오스 남부 팍세까지 종단으로 연결되고
태국과 베트남 등 이웃과 횡단으로 이어진다면
단기적인 운영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되고
철로는 녹슬지 않고 철마는 달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부디 그리되기를~~~
그래서 중국을 넘어 한반도까지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유라시아까지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여행의 꿈을 꾸어본다
그땐 값비싼 비행기를 제쳐두고
수삼 일이 걸려도 철도를 타고
중국을 넘어 라오스까지 사람의 풍경을 담아 보리라


칼럼 :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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