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카 > 전체목록

"보일러부터 항공까지"…잭 웰치도 탐냈던 美 산업재의 왕, 하니웰 [조연 기자의 바이 아메리카]

조연 기자

입력 2023-01-27 19:01   수정 2023-01-27 19:01

    매 작품마다 사상 초유의 액션으로 인간의 한계를 도전하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인간의 한계를 도전하는 영화죠. 이제 톰 형에게 남은 건 우주로 가는 것뿐이란 우스개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 4`에서 21세기의 바벨탑이라 불리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외벽을 두 손에 장갑만 끼고 기어오르는 장면은 지금 봐도 명장면인데요.
    그런데, 톰 크루즈가 왜 이 100층도 넘는 건물 유리벽을 타게 됐는지 기억하시나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는 최고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건설은 우리나라 삼성물산이 했죠.
    자, 영화에서 `군대 수준`이라고 한 이 건물의 첨단 빌딩 솔루션, 누가 담당할까요?
    바로 오늘 이야기할 기업의 자동제어 기술이 부르즈 할리파의 조도와 온도, 환기, 공조 뿐 아니라 보안, 화재, 위기관리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관리합니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생소하지만 궁금한 기업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바이 아메리카`
    오늘은 변화가 곧 생존임을 증명한 기업,
    뉴욕증시 산업 섹터의 `꿀` 대장주, `하니웰`(티커명: HON) 입니다.

    스마트 빌딩 솔루션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이건 하니웰 사업의 4분의 1일뿐입니다. 제트 엔진과 블랙박스 같은 항공우주 사업부터 우리가 매일 쓰는 온도조절기, 인터폰, 바코드, 천장에 달려있는 화재경보기, 물류창고의 컨베이어 벨트, 백신 생산·보관의 필수품인 냉매, 그리고 양자컴퓨팅까지 하니웰의 사업 범위는 상상 이상이죠.

    하니웰은 우리가 잘 아는 GE, 그리고 3M과 함께 Industrials, 산업재 섹터의 대장주로 꼽히는데요. 이름은 가장 낯설지만, 섹터 시총 1위는 바로 하니웰입니다. 하니웰의 시총은 1452억달러, 3M은 699억달러, GE는 865억달러로, 최근 분사된 GE헬스케어(288억달러)를 감안해도 하니웰이 GE를 웃돕니다. 세 기업 모두 소비자에게 친숙한 대표상품을 넘어 사업이 다각화 돼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사실 하니웰은 GE를 20년간 이끌었던 `세기의 경영자`, 잭 웰치 전 회장이 마지막 역작으로 삼았던 회사기도 합니다. GE는 당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고 하니웰은 그의 10분의 1 수준이었는데, 인수가 무산된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둘의 주가는 서로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더 풀어볼게요.

    하니웰의 시작은 아주 작은 난방조절기였습니다.
    1880년대만해도 가정집에서 난방 온도를 조절하려면 석탄 용광로의 통풍 조절판을 직접 열고 닫아야 했는데요. 겨울에 왔다갔다 얼마나 춥고 귀찮았겠어요. 그래서 앨버트 버츠란 사람이 온도측정값에 따라 자동으로 열고 닫는 밸브, `Damper Flapper`를 1885년 개발하게 됩니다. 이게 하니웰의 시초가 되는 온도조절장치 회사 설립의 계기가 되죠.

    그리고 또 하나의 기업, 현재까지의 이름으로 유지되는 하니웰이 1905년 마크 하니웰에 의해 세워지게 되는데요. 이 회사는 대형 공장기계들의 과열을 방지하는 조절장비를 생산했습니다.
    이 두 회사는 온도조절장치 특허를 두고 빈번하게 분쟁했는데, 그 끝에 결국 둘이 합병을 하고 온도조절장치 시장을 하니웰의 텃밭으로 만들죠.
    어디선가 한번쯤은 봤을 법한 이 원형 온도조절기(T-86)가 하니웰의 대표작입니다.

    이후 하니웰은 자동제어기기를 주력 생산하다 점차 방산으로 초점을 넓히기 시작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 조준기 사업이 대박을 치면서 회사가 급성장하는데요. 주가도 치솟아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시기 수익률이 좋은 주식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점차 사업은 상업용 항공과 컴퓨터 등으로 확대되는데요. 여기서 컴퓨터 사업은 실패의 쓴맛을, 항공은 성공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한때 IBM의 대항마로 키웠던 컴퓨터 사업부 지분을 80% 매각하며 접었는데, 이 꿈이 근래 들어 소프트웨어와 양자컴퓨터로 다시 커져가는 모습입니다.
    현재 가장 큰 매출 비중을 담당하는 항공은 컴퓨터 사업 매각 이후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는데요. 항공기 보조동력장치(APU) 시장을 압도하고 있고, 그 외에도 터빈 엔진과 콕핏, 위성통신, 레이더, 센서 등 항공기와 인공위성, 우주선에 들어가는 각종 장비와 제어시스템 등을 개발·생산하고 있습니다. 미래 교통수단으로 꼽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핵심 기술도 하니웰이 꽉 잡고 있는데, 지난해 현대차와 한화가 각각 하니웰과의 협력을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항공사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M&A가 있는데요. 1999년 하니웰은 미국의 비행시스템 1위 회사인 얼라이드 시그널에 인수됩니다. 사명은 피인수기업의 이름, 하니웰을 유지하는데요. 몸집은 작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난방조절기 파워가 컸죠.
    이 외에도 하니웰은 크고 작은 인수를 통해 현재의 4개 사업 구조를 구축합니다. 항공우주와 빌딩 테크놀로지, 특수소재사업, 안전·생산성 솔루션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한거죠.
    첨단 자동제어 솔루션은 단순히 건물의 온도, 습도를 맞추는 게 아니라 에너지 소비량은 낮추고, 빌딩의 유지 기간은 늘리며, 이상징후를 더 빠르게 감지하고 스스로 대응하는 지능형 관리 소프트웨어입니다. 하니웰의 장점은 하드웨어 장비와 제어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기술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최근 하니웰은 유서 깊은 온도조절장치 사업부를 분사 시키며 한 시대의 끝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140년에 가까운 시간 속, 난방조절기 회사에서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매출 구조 측면에서는 경기변동에 민감한 두 부문과 안정적인 두 부문으로 나뉘어져 꽤나 밸런스 있습니다.
    최근 6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매출은 2022년 내내 약 7% 성장을 지속해, 한 해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입니다. 주가도 지난 6개월간 약 24% 올랐는데, 같은 기간 산업 섹터 상승률은 7%에 불과했죠.

    올 초 모간스탠리와 웰스파고가 하니웰의 목표가를 상향한 반면, UBS는 주가가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의견을 낮췄고요. PER 27.7배, PBR 8배 수준으로 섹터 평균에 비해 높습니다.
    다시 돌아가 GE의 하니웰 인수 시도는 반독점법의 첫 사례이자, 유럽이 미국 기업간의 합병을 거절해 무산된 첫 케이스였습니다. 지금 보면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자신의 `은퇴 작품`으로 하니웰을 왜 선택했는지 이해가 되죠. 두 회사가 합병했다면 GE의 제트엔진 제조와 하니웰의 전자제어시스템이 연계되면서 거대한 항공 기업이 되었겠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러니하게 GE는 웰치 회장의 퇴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구요.

    찰스 다윈의 유명한 말이 있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종이 살아남는다"
    하니웰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변화에 끊임없이 발맞췄고, 생존을 위한 혁신을 거듭했기 때문 아닐까요? 이제 양자 컴퓨팅을 앞세워 다시 IBM과의 컴퓨터 사업 경쟁까지 꿈꾸는 하니웰의 도전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