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필리핀 정부가 미국 CBS 방송의 드라마 티저 영상에 발끈하고 나섰다.
드라마속 주인공인 미국의 여성 장관이 중년의 필리핀 남성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드라마 예고 영상을 내보냈는데, 일격을 당한 뒤 쌍코피를 흘리는 남성의 모습을 통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희화했다는 주장이다.
8일 A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워싱턴 필리핀대사관은 전날 CBS에 보낸 서한에서 이 방송이 드라마를 통해 필리핀 대통령 역할로 등장하는 인물을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한 데 대해 항의했다.
CBS는 최근 공개한 드라마 '마담 세크리터리'(Madam Secretary) 예고 영상에서 주인공인 여성 장관 매코드가 필리핀 지도자로 분한 아시아계 중년 남성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장면을 담았다.
영상에는 또 주인공으로부터 일격을 당한 남성이 일그러진 얼굴로 코피를 흘리를 흘리는 장면도 들어 있다. 이 영상은 오는 12일 방영될 이 드라마 에피소드3 15부의 예고편이다.
이 드라마 에피소드는 7천명 이상이 사살된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정부와 이런 오바마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친중(親中) 노선으로 선회한 두테르테 간의 마찰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시놉시스(개요)에는 '필리핀의 독특한 새 대통령이 여주인공 매코드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시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와 관련 필리핀 대사관 측은 "우리의 국가원수를 지극히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대통령궁의 존엄에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의 외교업무를 폄하했다"며 "또한 이는 필리핀의 오랜 여성 권리 및 성 평등 옹호에 대한 평판을 더럽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도 "드라마는 허구의 작업이지만, 그들은 이를 통해 실제로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7천 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는 마약 유혈소탕전을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여러 차례 욕설과 독설을 쏟아낸 바 있다.
두테르테는 또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등을 겨냥해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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