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베토벤 소나타 전곡연주…"10년만에 다시 '거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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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8 13:52   수정 2017-04-18 15:08

백건우, 베토벤 소나타 전곡연주…"10년만에 다시 '거인' 앞에"

백건우, 베토벤 소나타 전곡연주…"10년만에 다시 '거인' 앞에"

9월 1~8일 예술의전당서 32곡 릴레이 연주…베토벤 프로그램으로 전국 공연장도 투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71)가 10년 만에 다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에 도전한다.

이름 앞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는 음악 일생을 한 작곡가, 한 시리즈를 골라 철저하게 탐구하는 구도자적 모습을 보여왔다.

1970년대 초반 뉴욕에서 펼친 라벨 전곡 연주부터 리스트, 스크랴빈, 프로코피예프, 포레,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등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 작곡가에 완전히 몰입해 음악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중에서도 베토벤과의 만남은 그에게 매우 특별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베토벤 탐구는 "끝없는 여정"과 같다.

지난달 29일부터 베토벤 프로그램으로 지방 공연장을 투어 중인 그는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4일 공연 없음·3일 2회 공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에 '다시' 도전한다. 공연 제목도 '끝없는 여정'이다.

그는 지난 2007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하는 유례없는 무대로 한국 클래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2005년 8월 클래식 레이블 데카를 통해 베토벤 소나타 전곡 중 첫 번째 앨범(소나타 16~26번)을 출시하고, 2007년 나머지를 완성한 것을 기념하는 리사이틀이었다.

다시 베토벤 앞에 선 그가 18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도 간담회 자리 뒤편에는 '비서' 역할을 자처하는 그의 아내이자 영화배우 윤정희(73)가 함께했다.





다음은 그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

-- 베토벤 소나타 전곡에 다시 도전하는 소감과 의미를 말해달라.

▲ 사실 다시 베토벤 소나타 32곡 완주를 생각 못 했다. 그런데 공연 주최 측(클래식 기획사 빈체로)에서 10년 만에 다시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내서 이번 프로젝트가 성사되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 베토벤 곡들을 쳐왔다. 그의 음악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조금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그러나 동시에 굉장히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 베토벤은 우리 음악 역사에 있어 너무도 뛰어난 작곡가이며 우리 음악인들의 삶을 좌우하는 거인이다. 이런 훌륭한 작곡가의 작품과 인생을 함께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 10년 전 전곡연주와 올해 전곡연주, 달라진 점이 있다면.

▲ '10년 전 베토벤 색깔은 하얗고, 올해는 빨갛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가 없다. 베토벤 연주는 끝없는 여정과도 같다. 모르는 곳에 도착해 문을 하나씩 열어보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전에 보이지 않던 정경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고, 이해가 되지 않던 드라마가 이해된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 10년 전엔 없던 지방 투어가 이어지고 있다.

▲ 지방 공연이 스무여 곳에서 함께 진행되는 점이 10년 전과 가장 다른 부분인 것 같다. 10년 전에는 서울에서만 베토벤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많은 지방 공연장에서 베토벤 연주회를 연다. 전국이 큰 그림 안에서 하나의 베토벤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점이 너무도 기쁘다. (지난달 29일 충남 도청문예회관에서 시작된 이번 전국 투어는 서울을 거쳐 오는 10월 14일 수원 SK아트리움까지 총 29회 예정돼있다. 공연 주최 측은 지방 공연장 3~4곳과 추가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32회' 공연을 채울 계획이다.)

-- 피아노 소나타 연주 순서는 어떻게 정했는지.

▲ 소나타를 번호 순서대로 연주할 생각은 없다. 소나타에 번호가 달렸지만, 그건 출판 순서로 붙여진 숫자일 뿐 베토벤의 구상이 아니므로 번호 순서대로 연주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베토벤의 마음에 스며들어 더 나은 구성과 흐름을 취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피아노 소나타 20번을 제일 첫 곡으로 배치했다. 소나타 19번과 20번은 베토벤이 소나타 1번을 발표하기 전 스케치 했던 곡이다. 그만큼 곡이 너무도 순수하다. 19번으로 시작할까 하다가 20번의 조성이 장조여서 시작 곡으로 선택하게 됐다. 공연 한 회마다 '비창', '월광', '열정'처럼 표제가 들어간 곡을 한 곡씩 집어넣기도 했다. 다만 마지막(27번~32번) 곡 순서 배열은 바꿀 수가 없다. 프로그램으로도 그 구성이 너무도 완벽하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한 곡 한 곡이 너무도 완벽해 사실 어떤 순서를 취해도 별 상관이 없다.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로 20세기 피아노 음악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독일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1895~1991)를 직접 사사하기도 했는데.

▲ 젊은 시절 다른 피아니스트 몇몇과 이탈리아 포시타노에 위치한 켐프의 집에서 집중적으로 베토벤을 배운 시기가 있었다. 그가 직접 들려줬던 베토벤은 남성적이라기보다는 시적이었다. 제가 시계를 차고 있으니까 당장 시계를 풀라고 했던 말씀도 기억이 난다. 그만큼 아무것도 없이 순수하게 음악 앞에 앉으란 뜻이었을 것이다.

--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그와 같은 음악적 열정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도 궁금하다.

▲ 나이가 들수록 더 연습하게 된다. 하면 할수록 소화해야 할 숙제가 점점 더 많아진다. 원래 별로 욕심이 있는 스타일 아닌데, 음악에 대한 욕심과 궁금증은 그 누구보다도 많다. 어떤 작곡가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서, 그 안의 것을 표현해내는 게 제 인생을 너무도 풍부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음악 이외엔 특별한 욕심이 없다. 나머지 시간엔 굉장히 심플하게 생활한다. 그게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다.

-- 요즘도 아내의 가방을 들어주며 산책을 할 정도로 '사랑꾼'으로도 유명하다.

▲ 결혼 생활을 한 지도 40년이 지났는데, 제 음악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제 음악 인생을 동행하는 사람이자 제 연주의 가장 엄한 비평가다.(웃음)

서울 공연의 티켓 가격은 3만~10만원. ☎02-599-5743.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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