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성당에 '분노'를 담아 지은 이유

입력 2018-05-11 11:45  

건축가가 성당에 '분노'를 담아 지은 이유
김준성의 프로젝트 소개서 '개념에서 건축으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는 군부대 이름을 딴 비승대 성당이 있다. 항공부대인만큼 헬리콥터 원심력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건물이다. 1992년 지은 건물에는 브라질, 미국, 포르투갈을 거쳐 막 귀국한 건축가 김준성이 느낀 '분노'가 담겼다.
"그해 계획한 성당 중 하나는 홍천에 있었는데 오랜만에 돌아온 고국 땅인 강원도 홍천에 기대가 굉장히 컸어요. 그러나 홍천으로 가는 국도 풍경은 어느 한 곳 파헤쳐지지 않은 곳이 없었죠. (중략) 그 분노가 비승대 성당에 담겨 있어요."
그는 '이런 식으로 하는 건축은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다. 비승대 성당이 땅을 파헤치거나 내리누르지 않고, 땅에 스민 듯한 형태를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주어진 땅과 추상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비승대 성당은 신간 '개념에서 건축으로'(미메시스 펴냄)에 등장하는 김준성 대표작 중 하나다. 건축가는 학생 때부터 현재까지 작업한 프로젝트 중 47개를 4개 주제로 추려 담았다.
1장 '개념에서 체험으로'는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건축물로 환원하는지를 소개한다. 2장 '안으로부터의 풍경'은 사람들이 그 건축물 안에서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주로 다룬다. 3장 '밖에서 시작되는 풍경'은 건축 형태 탄생 과정을, 4장 '그리기와 만들기'는 건축의 가장 디테일한 기술과 구조, 재료 등을 다룬다.
모더니즘 건축 거장이자 안양 파빌리온을 함께 설계한 알바루 시자를 언급한 부분도 나온다. 시자 사무소에서 2년간 일한 건축가는 온종일 스케치에 몰두하던 스승을 '조형 부분의 유일한 천재'로 기억한다. "늘 무언가를 그리셔요. 당신 머릿속에 있는 그 무엇을요. 그 독특함 때문에 다른 걸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공간의 중첩이 탄생합니다."
건축의 모든 사고과정을 소개하기 위해 불발된 프로젝트도 이미지와 함께 담은 점이 눈길을 끈다. 건축주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프로젝트가 또 어떤 방식으로 훗날 다른 건축에 적용됐는지를 보는 일도 흥미롭다.
432쪽. 2만6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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