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라디오는 감정 소모 커…애증 섞인 가족 같죠"

입력 2018-08-01 06:30  

선우정아 "라디오는 감정 소모 커…애증 섞인 가족 같죠"
SBS 파워FM '애프터클럽'서 '선우정아의 비하인드 투어' 진행
"아이유는 뛰어난 프로듀서…다수 설득하는 음악 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새벽 라디오여서 청취자들의 속내가 담긴 사연들이 꽤 있는데,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님이 이런 부담이 있지 않겠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자리더라고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33)는 SBS 파워 FM '애프터클럽' 매주 수요일 방송인 '선우정아의 비하인드 투어'를 진행한다. '애프터클럽'은 7명이 요일별로 DJ를 맡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으로 선우정아는 3년 가까이 청취자들과 만났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인터뷰한 선우정아는 "1주일에 한 번인데도 감정 소모가 크다. 하다 보니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하인드 투어'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음악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으로 재즈 뮤지션 그레고리 포터부터 록밴드 퀸, 댄싱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국내 뮤지션까지 다루는 음악 폭이 넓다.
그는 "'애프터클럽' 특징은 DJ가 대본을 직접 쓰는 것"이라며 "선곡부터 오프닝, 내용 흐름까지 DJ가 정하고 마치 셀프카메라처럼 집에서 녹음해 파일을 제작진에 보낸다"고 전했다.
그는 라디오의 의미를 묻자 곰곰이 생각하다가 '가족'에 빗댔다.
"가족이 그렇잖아요.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지겹다가도 한번씩 사랑의 감동이 큰 힘을 주죠. 제가 결혼 6년 차인데 신랑과 부부싸움을 해도 남편이 소중한 것처럼 라디오도 애증의 관계인 거죠. 피곤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진행하면서 삶에 감사하게 되고 큰 위로를 얻거든요."
2006년 데뷔한 선우정아는 2013년부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해 5년간 재즈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며 국내 대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았다. 특히 투애니원과 지디&탑, 아이유 등의 대표곡을 만들며 유명 가수들의 프로듀서로도 활약했다.
연초 MBC TV '복면가왕'에서는 '레드 마우스'란 이름으로 '가왕'에 올라 5연승을 하며 가창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다음은 선우정아와의 일문일답.


-- DJ가 대본을 직접 쓴다니 신선한데.
▲ 틀이 정확히 있진 않고 오프닝과 코너까지 스스로 구성한다. 그래서 선곡 재량도 있다. '퀸에 대해 알고 싶어요' 같은 청취자들 신청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번 주에 내가 당기는 뮤지션을 소개하거나 주위 뮤지션 중에 신보가 나오면 사적인 감정을 조금 담아 소개하기도 한다.(웃음)
-- 꽤 오랜 시간 진행했으니 음악적인 배움도 있을 법하다.
▲ 평소 이 정도까지만 즐겼다면, 뮤지션들의 음악을 좀 더 폭넓게 알게 된 측면이 있다. 청취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니 인터넷에서 앨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뮤지션과 둘러싼 사건이나 에피소드까지 샅샅이 찾아본다. 해외 아티스트일 경우 번역기를 돌리면서. 하하.
-- 새롭게 매력을 발견한 뮤지션이 있다면.
▲ 정밀아 씨 음악이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다. 평소 사운드가 단조롭고 가사 위주로 된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 가사가 깊은 만큼 음악도 힘이 있는 걸 좋아하는데, 정밀아 씨 음악은 내가 즐겨 듣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머리에 '훅' 왔다. 신청이 와서 틀었는데 그분의 다른 음악도 찾아보게 됐다. 방송에서도 몇 번씩 얘기한 것 같다.
-- 라디오 매력이 뭔가, 추억이 있다면.
▲ 난 라디오가 대세이던 시절 끝을 맛본 것 같다.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노래자랑 코너 '별밤 뽐내기'에 도전해 결승에 진출한 경험도 있다. 또 SBS 라디오 '하하의 텐텐클럽' 애청자였다. 성인이 된 직후 운전면허를 막 땄을 때 운전하면서 듣던 '텐텐클럽' 추억이 있다. 나도 DJ를 하면 좀 웃긴 걸 하고 싶었는데 새벽 라디오다 보니….(웃음) 직접 진행해 보니 텍스트로 된 청취자 사연인데도 실제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매력이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 매번 갱신된다. 한 젊은 여성이 남편이 집을 나갔다는 사연을 받고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 생방송이 아니어서 안 읽어도 되는데, 모든 사연을 읽는 걸 모토로 한다. 이렇게 무게감 있는 사연일 경우 주위에서 조언도 듣는다. 말하다 보면 실수도 하니 반복해서 다시 녹음하기도 한다. 1시간짜리 방송이어서 보통 음악 30분, 이야기 30분 정도로 채우는데, 그걸 4~5시간 녹음할 때도 있다. PD님은 라디오는 지속성이 중요하니 한 번에 많이 쏟지 말라는데, 그게 잘 안된다. 감정 소모를 심하게 하니 사서 고생하는 것이다. 한때는 데일리 방송 욕심도 있었는데 하면서 접었다.(웃음)


-- 라디오를 하면서도 본인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지디&탑과 아이유, 이선희, 이하이 등 유명 가수 앨범에서 프로듀서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데, 자신과 타인 음악 작업에서 차이를 두는 부분이 있나.
▲ 전체적인 디렉팅에 대한 얘기인데, 특정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느냐로 제 것과 타인 것으로 구분한다. 제 곡인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은 이별 노래이고 멜로디가 대중적이지만, 가사에 욕설이 한 부분 들어간다. 이렇게 표현 방법이 다르니 인디 음악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러니 음악 장르를 떠나 콘셉트와 소재를 해당 가수가 소화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유가 피처링한) '고양이'는 4~5년 전 남을 주고자 쓴 곡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의 숨어있는 귀여움을 깨달아 내가 불렀다. 하하. 의뢰가 들어오면 그 가수가 뭘 하고 싶은지 들어보고, 어울리는 콘셉트와 이야기를 떠올려 곡을 쓴다. 만들다가 '딥'하고 직설적으로 가면 재미있겠다 싶은 곡은 내가 소화한다.
-- 지난 4월 바버렛츠와 함께 만든 '차트 밖에서'란 노래가 무척 독특했다. 고급스러운 사운드인데 '얼마 전에 앨범을 냈어/ 오랜 시간 고생했지만/ 여태 그랬듯이 내 노래는/ 차트 밖'이란 노랫말이 '웃픈'(웃기다+슬프다) 느낌이었다. 최근 가요계에선 음원 순위 조작 의혹이 화두였는데, 차트에 대한 평소 생각은.
▲ 마치 미국 음악시장 같다. 그만큼 멀고 현실감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팝 영향을 받은 많은 뮤지션들이 한번쯤은 미국 시장을 꿈꾸며 목표로 세워보지 않나. 그런데 현실감은 없지 않나. 마찬가지로 내겐 한국의 메이저 시장조차 그렇게 느껴진다. 난 메이저라고 생각하는데 다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더라. 하하하. 그것도 내가 설득을 못 시킨 것이니 인정해야 한다. 그간 100위권 진입은 몇 번 했지만 '차트 안' 뮤지션으로 지속한 적이 없어 현실감이 없다. 게다가 난 한 번도 미국에 안 가봤으니, 미국 음악의 영향을 받고 공부한 뮤지션으로서 한국 차트도 묘하게 그렇게 느껴진다.
-- 그런데도 이른바 메이저 가수들과 좋은 결과물을 냈다. 학창 시절 H.O.T. 팬이었던데, 덕분에 아이돌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가.
▲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때와 지금은 팬 문화도 달라졌지만 H.O.T.가 상을 못 받으면 울 정도로 꽤 열성적인 팬이었다. 멤버 중 콘셉트가 독특하고 가사에도 자기 색깔이 들어간 문희준을 좋아했다. 그때는 나름 댄스부여서 춤도 따라 췄는데 지금은 못 춘다. 내 음악의 길에도 엄청 영향을 미쳤다. 음악 구조나 기승전결이 영향을 미쳐서 사실 편곡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이내믹하게 나온다. 끌어올려 '빵' 터뜨리는 걸 좋아하는데 H.O.T.에게도 그런 요소가 있었다.


-- '복면가왕'에선 '레드 마우스'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마치 새로운 신에 진출하는 느낌이어서 너무 긴장되고 떨렸다. '인디신에서는 나름 소문이 났는데, 망하면 어떡하지?' 별별 생각이 들었다. 그때 십센치 권정열 오빠가 '가면을 쓰면 노래할 때 도움이 된다더라'며 조언했는데, 그땐 몰랐지만 본인이 '청개구리 왕자'로 녹화를 진행 중일 때였다. 정말 녹화해 보니 표정에 신경을 덜 쓰게 돼 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다.
-- 가면을 벗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 처음 가왕 자리에 오른 뒤 방송사 파업이 3개월간 이어졌다. 극비였으니 신랑만 알고 기쁜 마음을 가족에게 전하지도 못했다. 3개월이 붕 뜨니 마치 해리포터가 된 기분이었다. 분명히 존재하는데 말할 수 없는 세계에 속한 기분이었다. 하하. 파업이 풀린 뒤 녹화가 진행됐는데, 매주 선곡이 고민돼 가면을 벗을 때는 속 시원했다. 저는 편곡이 좀 안 맞으면 격차가 큰 스타일이라고 생각해 편곡에 공을 들였는데, 막상 기회가 찾아오니 체력이 안 따라줬다. 20대 때 기회가 왔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했지만, 그때였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마음이 안 열려 있었을 것 같다.
-- 그렇다면 마음이 열린 계기가 있나.
▲ 세상을 겪으면서 겸손해진 게 가장 크다. 메이저 신에 대해 일반 대중과 같은 시선이 있었는데 YG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일을 해보면서 편견이 많이 깨졌다. 아이돌 가수들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표현한다고 여겼는데, 그들이 가진 매력과 에너지 없이는 회사의 디렉팅도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댄스 가수의 자질은 다른 영역으로, 내가 편곡과 가창력이 무기여서 그런 위주의 음악을 하듯이 다른 가수들이 뭘 무기로 내세우는지 알게 됐다. 그들은 디렉팅 능력도 뛰어났고, 회사와 조율을 잘하는 가수일수록 나이나 데뷔 기간과 상관없이 갈수록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 같았다. 그런 게 신기했다.
-- 아이유가 올해 데뷔 10주년인데도 줄곧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처럼.
▲ 난 아이유 데뷔 시절부터 팬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뭘 안다고 '그래, 나이가 어려도 저런 음악을 해야지'란 얘길 했다. 정말 뛰어난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선배 프로듀서라고 여기고 함께 작업했다. 아이유란 브랜드에 맞게 표현을 깔끔하게 하고, 대중 설득도 잘 시킨다. 작업 진행을 하는 강단도 있고 여러모로 큰 사람이라 여긴다. 제가 다수를 설득하는 데는 아직 부족한데, 예전에 선배들이 그런 말을 했다. '우린 네 음악이 좋은데 우리만 널 좋아할 수도 있다'고. 대중이 좋아하려면 쉽게도 가야 하고 고집도 버려야 한다고. 그 당시엔 스스로 가치를 깎는 것 같고 하향 평준화라고 여겨 그 말이 싫었다. 그런데 대중성이란 말이 가볍게 느껴지지만, 다수를 설득하려면 기본 실력과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도 그런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고 언제나 조금 더 다수를 설득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고 자연스럽게 음악인 길을 걸었는데, 자신에게 음악이란.
▲ 예전엔 내 삶의 주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고마운 수단 같다. 삶의 주인일 땐 내가 곡의 노예인 것처럼 주위 사람들을 팽개치고 집중했다면, 지금은 현실과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바버렛츠 안신애를 통해 김시스터즈 김숙자 선생님의 말씀을 전해 들었는데 그분은 노래하고 공연하는 걸 '돈 벌러 가야지, 일하러 가야지'란 표현을 쓴다고 했다. 세속적으로 들렸는데, 노래해야만 생존하고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느낄 수 있고 삶의 여유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너무 깊은 의미의 말이었다. 되레 음악이 주인으로 있는 게 사치였다. 저도 '일하러 가야지'란 마인드로 공연을 생각하니 더 겸손해졌다.
-- '고양이', '남' 등 싱글을 꾸준히 냈는데 신곡 계획은.
▲ 계획은 늘 있는데 실행이 쉽지 않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싱글로 낸 곡은 정규 앨범에 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세상이 바뀌었더라. 넣지 않으면 앨범을 내기 어렵다.(웃음) 원래 집에 돈이 많거나, 성공해서 회사를 일으켰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겸손하게 가야 하는 입장이어서 싱글도 같이 담아 정규 앨범을 내는 쪽으로 고려 중이다. 곡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고 쌓인 곡도, 내고 싶은 곡도 많다. 다만 현실적으로 음악을 풀어낼 틀을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게 가장 어렵더라. 여느 가수들처럼 나도 그 과정을 겪고 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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