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도 안한 아기 방치해 숨지자 수년간 '방 안 상자에'

입력 2019-01-23 08:52   수정 2019-01-23 15:26

출생신고도 안한 아기 방치해 숨지자 수년간 '방 안 상자에'
"죄책감에…" 7년 만에 아기 엄마 자수로 부부 모두 기소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강수산나 부장검사)는 부부인 김 모(42·남) 씨와 조 모(40·여) 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지난 17일 불구속기소 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2010년 10월에 낳은 여자아이를 방치하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한 차례도 맞히지 않는 등 방치했다. 아이는 태어난 지 두달 만인 그해 12월, 감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고열에 사흘간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가 사망하자 이 부부는 아이의 사망 사실도 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16년 남편과 따로 살게 된 엄마 조씨가 아이의 사망 7년 만인 작년 3월 "죄책감이 들어 처벌을 받고 싶다"며 경찰에 자수하면서 알려졌다.
조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아이가 숨진 뒤 시신을 포장지 등으로 꽁꽁 싸맨 뒤 흙과 함께 나무 상자에 담고 실리콘으로 밀봉해 수년간 집 안에 보관했다. 이사할 때도 이 상자를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다만 경찰의 압수수색에서는 조씨가 진술한 상자나 아이의 시신이 나오지는 않았다.
아빠 김씨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거짓말탐지기, 통합심리분석 등을 통해 조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아빠 김씨가 인터넷에 '시체 유기'라는 단어를 검색한 점, 이 부부의 다른 딸(9)도 '아빠가 집 안에 있는 상자를 절대 못 보게 했다'며 상자의 존재를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아이 아빠가 나중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014년 제정됐기 때문에 2010년 발생한 이번 사건에는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할 수 없었다"며 "사체유기죄도 공소시효 7년이 지난 탓에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생신고를 부모가 하게 돼 있는데, 부모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 아동은 국가가 존재조차 몰라 그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다"며 "산부인과가 출생신고를 하게 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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