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상징 홍콩 깃발은 어쩌다 시위대 표적이 되었을까

입력 2019-07-08 11:31  

'통합' 상징 홍콩 깃발은 어쩌다 시위대 표적이 되었을까
검은색으로 대체되고 페인트칠 '수난'…CNN "중국에 대한 거부감"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을 맞았던 지난 1일, 홍콩 입법회 건물 앞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대신 다른 깃발이 내걸렸다.
꽃잎 위에 별이 있는 홍콩 자치행정구 깃발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배경이 붉은 색이 아닌 검은색 깃발이었다.
이날 입법회 의사당 벽 중앙에 걸린 홍콩 상징 문양에도 검은 스프레이 페인트가 칠해졌다. 홍콩 깃발 대신 식민지 시대에 쓰이던 영국령 홍콩 깃발이 그 앞에 걸리기도 했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면서 이처럼 홍콩 문양과 깃발이 시위대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CNN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합'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담고 있지만 시위대가 이토록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깃발에서 풍기는 강한 '중국 냄새'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홍콩 깃발에 배경으로 쓰인 붉은 색조는 오성홍기의 것과 똑같다. 다섯 개의 잎 위에 그려진 다섯 개의 별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노동자·농민·소자산·민족자산계급의 4개 계급과 공산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을 지낸 지펑페이(姬鵬飛)는 1990년 전인대에서 이 깃발을 승인하면서 "(깃발) 디자인은 홍콩이 양도될 수 없는 중국의 일부이며, 본국의 품에서 번영하리라는 것을 상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 깃발은 영국이 홍콩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던 1997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됐다.



홍콩의 반체제 예술가인 케이시 웡(49)은 홍콩 깃발이 역사도 짧을뿐더러 중국 본토와 뚜렷한 관련이 있기에 시위대가 이를 무시하는 것은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네티즌들은 농담으로 (홍콩) 깃발을 '환풍기'라고 부르며 조롱하는데, 이는 깃발의 정통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나에게 이건 색깔로 보나 이미지로 보나 홍콩 시민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이 중국에 이양될 당시 "뭔가 새로운 정체성을 갖는 건 꽤 중요했다"면서도 이 깃발이 "홍콩의 유산을 성공적으로 반영해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시위대가 최근 영국령 홍콩 깃발이나, 나아가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흔드는 것 역시 중국의 영향력을 거부하고 상대적인 '자유'가 있던 지난날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미학적 관점에서 연구해온 싱가포르대 사회과학대학 림타이웨이 부교수는 이처럼 시위대가 식민지 시대의 상징을 꺼내 드는 것은 식민통치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난날의 향수를 부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림 부교수는 "홍콩의 젊은이들은 특히 1980년대에 대한 향수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는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었지만 일종의 향수로 보고 있는데, 즉 홍콩이 번영하고 어느 정도의 자유가 있는 것으로 보였던 시대, 홍콩 식민정부가 불간섭주의를 펴던 시대로 회귀하려는 것이다"라며 "유니언 잭은 그 일반적인 향수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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