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계 '사회적 책임' 선언은 빈부격차 등 현실적 위기감 때문"

입력 2019-08-21 07:00  

"美재계 '사회적 책임' 선언은 빈부격차 등 현실적 위기감 때문"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형 자본주의가 큰 전기를 맞고 있다.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변하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기존의 '주주 제1주의'에서 벗어나 고객, 납품업체, 지역 커뮤니티 등 모든 이해당사자에 대한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빈부격차 확대와 환경문제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 지적했다.


금융자본주의의 폭주가 초래한 리먼 사태 이후 미국 기업들은 금융완화와 감세 덕분에 10년 동안 가장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 과정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격차가 이전보다 더 확대됐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 최고 간부의 보수총액 중간값은 종업원 급여의 200배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4만배가 넘는 기업도 있다. 기업은 이익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주가 상승이 최고 경영자의 보수를 밀어올린 반면 종업원의 급여는 오르지 않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2030년을 예측한 저서에서 세계인의 "99%가 격노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도한 부의 집중과 환경부하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이런 흐름을 미국 기업도 무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내년에는 미국 대선이 실시된다. 야당인 민주당 후보의 한 사람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반자본주의를 명확히 내건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자신들을 향한 역풍의 강도를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BRT의 이번 성명에는 임금인상과 환경대책 등 구체적인 대책은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은 아직 알 수 없다. 더 이상의 주가상승 기대에 한계를 느낀 경영자들이 목표를 바꾼 것이라며 비판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설사 그런 면을 고려하더라도 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이번 성명에 연명으로 서명한 것은 의미가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명에는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보잉의 데니스 뮐렌버그,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등 181명의 CEO가 서명했다.
이해관계자 모두를 고려한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주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문제에서는 유럽이 앞서 가고 있다. 영국은 상장기업의 '기업통치 지침'을 개정해 이해관계자로서의 종업원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현재까지의 기업통치개혁은 오히려 주주중시로 기우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는 종업원과 거래처, 사회를 중요시하는 기업문화의 소지가 있는 반면 이익수준이 낮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의 성격도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각각 다른 쪽으로 기울었던 시계추가 미국은 일본 쪽으로, 일본은 미국 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미국 BRT가 발표한 성명의 제목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경제'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과 사회가 조화롭게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최소한 현재의 연장선상에서는 답이 없어 각각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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