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방문한 교황, 재일한국인 피폭자 박남주 씨 만나

입력 2019-11-25 09:55  

히로시마 방문한 교황, 재일한국인 피폭자 박남주 씨 만나
"다른 언어 쓰는 사람도 있었다…모든 희생자 기억에 남긴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원자폭탄 투하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일 한국인 피폭자를 만나는 등 일본 외 타국 피폭자를 함께 배려했다.
25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전날 히로시마시 소재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평화 기원 행사에 참가한 재일 한국인 피폭자 박남주(87) 씨와 악수하고 대화를 나눴다.
신문은 박 씨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교황과 악수했다며 "전후의 가난한 생활에도 긍정적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교황님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전했다.
원폭 당시 13살이던 박 씨는 원폭이 폭발한 중심 지점인 '폭심지'에서 약 1.9㎞ 떨어진 노면전차를 타고 있다가 피폭당했다.
유리 파편에 머리를 다친 채 불길에 휩싸인 전차에서 겨우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지만, 피폭 후유증·가난·차별 속에서 어려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는 20세 무렵에 가톨릭 신자인 남편과 결혼했고 히로시마에서 세례를 받았다.
박 씨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머물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한국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라는 단체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일본인을 상대로 피폭의 참상을 증언하는 활동을 벌여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원폭 희생자에 관해 "여러 장소에서 모여 저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에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이 장소의 모든 희생자를 기억에 남긴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 한쪽에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설치돼 있다.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교황은 한반도 출신을 포함해 국적과 출신지를 불문하고 모든 원폭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가톨릭계는 교황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교황청 외교 파트 고위 관계자들에게 원폭으로 인한 재일조선인 피해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고, 교황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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