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미국 부재 속 세계 지도자들 코로나19 대응 헛발질"

입력 2020-03-12 16:06   수정 2020-03-12 16:10

"'지휘자' 미국 부재 속 세계 지도자들 코로나19 대응 헛발질"
NYT "합창이라기보다는 불협화음…트럼프, 다른 나라들과 공동대응 실패"
"중국·이란·유럽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 과학 폄하하는 비슷한 특성"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세계 각국이 대유행에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미국이 맡아온 '지휘자' 역할의 부재 속에 헛발질만 거듭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리더십 공백 속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헛발질 대응'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세계 정상들이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합창'(choir)이라기보다는 '불협화음'(cacophony)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코로나19로 2008년 금융위기만큼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인구 60∼70%의 감염 가능성을 염려하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4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경제 지원책을 내놨지만 지구촌 차원의 조율이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합창단'에 지휘자가 없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 미국이 맡아왔던 역할"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과학적 조언에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국경장벽 홍보에 몰두하며 "다른 나라 정상들과 협력해 공동의 대응 방안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고 NYT는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30일간 유럽발 여행자 입국 금지를 발표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을 '악당'으로 묘사한 것이 국제적 대응을 조율하려는 노력을 어렵게 했다는 평가다.


NYT에 따르면 비단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중국, 이란, 유럽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과학을 폄하하고 외부인 차단을 촉구하는 등 비슷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혼돈의 장막 뒤에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작업에 나서기까지 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의 포퓰리즘 득세는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 10일 밤 3시간에 걸친 화상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250억 유로의 기금 마련에 합의했으나, 마스크와 같은 의료장비를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방안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자유세계의 마지막 리더'로 불리는 메르켈 총리의 독일조차 극우 세력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의료장비 제공 요청을 거부했다.
최근 EU에서 탈퇴한 영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 금지' 조치를 피해갔지만,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백신을 늦게 확보하거나 더 비싼 가격을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팽배하다.
특히 존슨 내각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등에 관한 감염 정보를 최근에서야 대략적으로만 공개하기 시작해 영국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국제사회의 '제각각' 대응에 따른 혼선과는 별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스터리한 감염 경로와 수그러들지 않는 확산 능력으로 전통적인 대응책으로는 상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NYT에 "이번 위기의 성격은 전통적 처방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만약 미국이 지도자 역할을 했더라도 전통적 교과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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