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미 통화스와프 환영할 일이나 방심은 금물이다

입력 2020-03-20 11:42  

[연합시론] 한미 통화스와프 환영할 일이나 방심은 금물이다

(서울=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19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외환시장이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10년 만에 두 나라 사이에 달러 공급 파이프라인이 구축된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약정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자국 통화로 즉각 바꿔주는 제도다.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우리는 600억달러 한도 안에서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듯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다. 요즘처럼 단기 환율급등으로 외환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실탄을 공급하며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희소식이다. 다만, 위기상황에서 언제든지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조금 더 일찍 체결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한국은 금융위기 당시 달러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2008년 10월 미국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2010년 2월까지 운영하며 급한 불을 끄고 위기를 넘긴 전례가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패닉 상태였던 국내 외환·주식시장이 한미 통화스와프 소식에 20일에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전날 한때 무려 40원이나 오르며 1,285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이날 개장 초 32원 내린 하락세로 출발했다. 주가도 전날의 폭락세를 멈추고 40포인트가량 오른 반등세로 출발했다. 불안한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보인 것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통화스와프로 조달한 달러를 금융권을 통해 시중에 바로 공급한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약발이 먹힌 것 같다. 달러 긴급 수혈로 급한 불을 껐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달러 수급 불안정의 근본적인 원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외환시장 불안은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이럴 때 자칫 방심하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달러의 갑작스러운 수요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위험자산 가릴 것 없이 기축통화인 달러로 바꾸려는 경향이 확연하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이달 들어 9조원 이상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환율이 오르면 반대로 달러 환산 투자수익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주식을 팔아 치우려는 심리까지 가세한다. 환율상승→외국인 주식매각→주가 하락→환율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메커니즘이 작동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달러의 공급 측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달러의 주요 공급원은 수출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생산과 공급체계가 약화하고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우리의 주요 시장이 모두 붕괴 직전이다. 국경봉쇄와 이동제한, 영업 제한으로 해외 수요가 줄면서 곳곳에서 수출이 막히고 있다. 이러니 달러가 원활하게 공급되기를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우리 외화보유액이 현재 4천억달러가 넘고 한미 통화스와프로 600억달러의 실탄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보통은 수출기업에 유리해져 국내에 달러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환율 상승으로 해외시장에서 우리 물건이 상대적으로 싸진다고 하더라도 수요 자체가 바닥나면 아무 소용없다. 오히려 원유 등 필수 원자재의 수입 가격을 높여 정유, 항공 등 국내 관련 산업에 타격을 주고, 종국에는 수입이 줄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정부는 시장을 철저히 모니터하고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써서라도 앞서 말한 악순환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미 체결된 한미, 한중통화스와프뿐만 아니라 2015년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도 부활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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