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교란행위 막되 부작용 최소화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기대한다

입력 2020-09-02 12:16  

[연합시론] 교란행위 막되 부작용 최소화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법 교란 행위를 철저히 가려내기 위한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부동산 거래 관련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 개편해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신설하는 안건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분석원은 앞으로 입법 예고와 국회 논의를 거쳐 정부의 조직으로 탄생한다. 현재 운영 중인 국토교통부 산하의 불법행위 대응반은 국토부, 국세청,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 7개 기관의 13명으로 구성된 임시조직(TF)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종종 언급한 대로 주택 문제가 당면한 최대의 민생과제로 떠오른 지금의 상황에서 주택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내 전문 조직 신설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일각의 우려처럼 사인끼리 거래가 이루어지는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할 때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왜곡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불·탈법의 시장 교란 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투기 세력을 효율적으로 가려내 엄벌하는 순기능은 극대화하되 실수요자들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과도하게 감시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기 바란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신설은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던 지난달 문 대통령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후속 조치다. 문 대통령의 언급 이후에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찬성파와 사인 간의 거래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반대파 사이에 논란이 일었던 것은 사실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쫓아다니는 것을 넘어 정책의 실효성을 무너뜨리는 시장 교란 행위가 만연한 현실을 생각하면 감독기구 설치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정부가 이미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 대응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러 부처에서 소수의 인력이 파견된 임시조직이다 보니 시장교란 행위를 제대로 감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탈세나 대출 규제 위반 등 이상 거래가 포착되면 즉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시장교란 행위를 제대로 적발해내는 수단이 확보되지 못하면 정책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얼마 전 발표된 정부 부동산 실거래 합동단속 결과는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가 경계 수위를 넘었음을 잘 보여준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가운데 1천700여건의 이상 거래를 조사했는데 탈세 의심(55건), 대출 규정 위반 의심(37건) 등을 포함한 811건이 의심 사례로 확인됐다. 이와는 별개로 79억원의 '셀프 대출'을 통해 사들인 29채의 부동산에서 수십억 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기업은행 차장이 면직된 사례는 우리 사회에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상시 시스템을 만들어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조직의 필요성은 이미 입증됐다.

우리 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는 '부동산 불패'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지 않는 한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입법 예고와 국회 논의를 거쳐 신설될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 거래질서를 바로잡아 이런 인식을 뿌리 뽑기 바란다. 분석원이 정부가 의도한 순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지나친 간섭은 배제해야 한다. 임시 조직이 아닌 상시 조직으로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빨리 포착하고 이를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과세정보까지 갖는 분석원이 모든 거래를 '빅 브러더'처럼 통제하고 감시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사적 계약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 국민들이 예금 등의 형태로 맡긴 자산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이나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감원처럼 분석원을 운영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거래는 금융기관의 여·수신이나 다른 자산운용과는 달리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인 만큼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계약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홍 부총리가 "분석원의 기능·권한 등을 설계하면서 정부 외부에 설립하는 독립된 감독기구가 아닌, 정부 내 설치하는 정부 조직으로서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본시장조사단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했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함의로 이해된다. 시장 왜곡은 막고 교란 행위는 철저히 차단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분석원의 역할을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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