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매각 무산 아시아나항공 지원, 밑 빠진 독에 물붓기여선 안된다

입력 2020-09-11 19:15  

[연합시론] 매각 무산 아시아나항공 지원, 밑 빠진 독에 물붓기여선 안된다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끝내 매각 무산으로 독자 회생이 어려워진 아시아나항공에 사실상의 공적자금인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처음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11일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회의와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2조4천억원을 수혈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작년 11월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현산이 발을 빼면서 인수·합병(M&A)이 불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2위 항공사로 존폐에 몰릴 경우 국가 위상이나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약 9천명에 가까운 임직원의 고용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지원을 서두른 이유일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시적 어려움에 부닥친 핵심 항공사를 지원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은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공적자금이다. 따라서 단순한 연명이 아닌 회생이 담보돼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도록 강력한 경영쇄신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난에 숨통을 터 주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해 다시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경영난이 조기에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따른 매출 절벽이 언제 개선될지 막막한 데다 좁아진 시장에서 경쟁도 치열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향후 6개월간 노동자 수를 최소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익배당 금지, 자사주 매입 금지, 고소득 임직원의 연봉 동결, 계열사 지원 방지 등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한 조건도 이행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작년 3월 말 박삼구 당시 회장이 경영부실에 책임을 지고 퇴진한 이후 사실상 채권단 관리를 받아왔다. 작년과 올해 채권단은 매각을 전제로 3조3천여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이번 지원분을 합하면 5조7천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약간 흑자를 냈으나 작년엔 영업손실이 3천683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현재 부채비율(연결기준)은 2천300%이고 자본도 절반이 잠식상태다. 따라서 부실기업 지원 때 부과하는 강력한 구조조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채권단은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 37%로 최대 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기존 대주주는 철저한 감자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채권단이 주인으로서 경영진 교체 등 환골탈태 수준의 경영 혁신과 자구책을 주도해야 한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이 항공업이다. 심각한 매출 감소로 항공업계 전반의 부실이 심화하고 있다. 영업 기반이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미 빈사 상태다. 항공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대량 해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노동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될 경우 모회사의 지원이 끊기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걱정이다.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금 등을 통해 최대한 실직을 막아야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코로나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항공업 자체의 위기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어도 항공업계는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했을 것이다. 저비용항공사 난립에 따른 과잉공급 상태였기 때문이다. 차제에 인수·합병 등을 통해 업계를 정예화함으로써 생존력과 함께 서비스의 질과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국유기업의 딱지가 오래 붙어있을수록 경쟁력 확보는 지연되고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되는 대로 매각을 서둘러 주인을 찾아주길 바란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인수·합병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책이나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업계가 자발적으로 나설 환경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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