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사각지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입력 2020-12-21 14:06  

[연합시론]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사각지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서울=연합뉴스) 여러모로 노동자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권익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았던 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정부의 보호 대책이 나왔다. 플랫폼 사업은 휴대전화 앱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배달·대리운전과 같은 노무는 물론 다양한 전문적 서비스도 제공한다. 원칙적으로 종사자는 특정 업체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때에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며 고객은 신속하고 편리하게 개별화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사업자와 종사자, 고객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사업 형태이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결합해 신성장 동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 형태를 악용해 고용주로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종사자들에게 부당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불안한 일자리, 대체로 낮은 소득, 불완전한 사회안전망 등도 플랫폼 경제가 드리운 어두운 그늘이다.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브리핑에서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은 근무 방식 등에서 근로자로 볼 수 있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서는 노동법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표준계약서 작성 등 기본적인 노무 제공 여건이 보호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를 위해 플랫폼 기업과 용역업체, 종사자 등의 책임과 권리를 명확히 하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에게 업무 배정과 고객 만족도 등 평가 기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종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성실하게 협의할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종사자들은 자유롭게 단체를 결성할 권리와 보수 지급 기준 등을 두고 사측과 협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이와 함께 배달 기사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을 위한 사업자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륜차 배달원과 대리기사 전용 보험을 마련하며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산재보험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플랫폼 종사자를 자영업자나 캐디·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노동계는 특히 정부의 '특별법' 제정 방침에 비판적이다. 양대 노총은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별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플랫폼 종사를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로 내몰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플랫폼 종사자를 한데 묶어 노동자로 분류해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견해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이다. 현재의 플랫폼 사업이 배달ㆍ대리운전ㆍ퀵서비스ㆍ가사 도우미 등 종사자의 '근로자성'이 강한 직종 위주로 이뤄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번역·요리·디자인·IT 개발 등 다양한 전문 직종도 이미 플랫폼 서비스의 영역에 들어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IT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플랫폼 경제에 편입되는 직종은 더욱 다양화, 전문화할 것이다. 플랫폼 사업이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능하려면 고용과 노동이 모두 유연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전통의 '고용주-노동자' 관계로 묶는 것은 플랫폼 경제의 장점을 희석하는 퇴행이 될 수 있다.

물론 플랫폼 사업의 외피를 둘러썼지만 사실상 고용자로서 부당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일삼으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과 제재가 필요하다. 직종별 성격에 따라 보호의 정도와 내용을 달리 하는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은 노동자에 해당하는 종사자가 자영업자로 '오분류'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전문가 중심의 자문기구를 설치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밖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반의 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플랫폼 경제 자체가 가보지 않았던 길인 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얼마든지 돌출할 수 있다. 그런 문제들은 그때 가서 바로잡더라도 일단 플랫폼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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