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잇따른 실책에 비판 직면한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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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12 07:07  

[특파원 시선] 잇따른 실책에 비판 직면한 EU

[특파원 시선] 잇따른 실책에 비판 직면한 EU

코로나19 백신 전략·외교수장 러시아 방문 등 도마 위에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전략과 외교 수장의 러시아 방문 등을 두고 회원국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유럽의회에 출석해 집행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략과 관련, EU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승인이 늦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승인이 늦었다. 우리는 대량 생산과 관련해 너무 낙관적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주문한 것이 실제로 제때 배송될 것이라고 너무 확신했을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EU 집행위는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보급 전략에서 미국, 영국 등에 비해 늦은 사용 승인과 초기 백신 공급 부족, 느린 접종 속도 때문에 회원국으로부터 비판과 압박을 받아왔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12월 21일 유럽의약품청(EMA)의 권고에 따라 처음으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당시 결정은 영국, 미국, 캐나다 등 각국에서 이미 해당 백신 승인과 접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EMA도 신속히 평가 결과를 내놓으라는 회원국들의 압박 속에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일주일 이상 앞당겨 발표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부터 EU 27개 회원국에서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이후 지난달 6일 미국 제약사 모더나에 이어 29일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옥스퍼드대 코로나19 백신도 승인됐다.

그러나 초기 백신 공급 물량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회원국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졌고, 스페인의 경우 지난달 말 수도 마드리드에서 백신 부족으로 2주 동안 접종을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U 집행위는 또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생산 차질로 초기 유럽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자 영국에서 생산한 백신을 EU로 돌리라고 요구하는 등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EU 집행위는 제약사들이 EU 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우려를 표했다.

EU 집행위는 또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아일랜드 국경 통제를 허용하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의 긴급 조항을 가동하겠다고 했다가 영국과 아일랜드의 항의에 몇 시간 만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 브렉시트 조항과 관련해서도 실수가 있었다면서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최근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의 러시아 방문을 놓고도 EU 내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보렐 고위대표는 지난 4∼6일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만나 이 나라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EU-러시아 상호 관계 개선 문제 등을 논의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당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보렐 고위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에 대해 EU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EU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렐 고위대표는 이를 반박하지 못했으며 굴욕을 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해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러시아로 돌아갔으나 당국에 곧바로 체포돼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EU는 화학무기를 이용한 나발니 암살 시도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러시아 정보기관, 러시아 국방부 고위 관리를 포함한 러시아인 6명과 단체 1곳에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지난 5일 자국 주재 스웨덴, 폴란드, 독일 외교관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불법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 이때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보렐 고위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트위터를 보고 알았다.

유럽의회 의원 70여 명은 이번 방문은 굴욕적이며 보렐 고위대표는 EU의 이해와 가치를 대표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그의 사임 혹은 경질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한 EU 관리는 보렐 고위대표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EU의 의사 결정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별개로 보면 각각의 실책은 설명될 수 있지만, 하나로 합쳐 생각하면 하나의 위기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또다른 두 외교관은 블룸버그 통신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일부 EU 회원국으로부터 신뢰를 잃었으며, 이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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