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사 "허가만 내주면 인터넷은행 만들 것"

입력 2021-04-11 06:19   수정 2021-04-11 08:46

4대 금융지주사 "허가만 내주면 인터넷은행 만들 것"
100% 자회사 형태 유력…"젊은 고객층 특화, 다양한 서비스 시도"
기존 은행 제살깎기·중복투자 등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추가로 인터넷은행을 더 허용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만 확인되면 언제라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나설 의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일부를 소유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100% 자회사로서 인터넷은행을 직접 경영하며 앞서 비대면 금융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고객 편의를 목표로 제대로 경쟁해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같은 금융지주 안에서 기존 전통은행 자회사의 비대면 서비스와 사업영역이 겹치는 데다 케이뱅크조차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형편인만큼, 인터넷은행에 대한 '중복투자'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 5대 지주 중 NH만 "계획 없고, 올원뱅크 고도화로 대응"
11일 연합뉴스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에 인터넷은행 설립 의향을 조사한 결과,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4곳이 "당국이 인허가만 내준다면 인터넷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A금융지주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라이선스(허가)를 추가로 기존 금융지주에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은행연합회에도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금융지주사들과 인터넷은행 설립 필요성을 논의해왔고, 이르면 이달 안에 취합된 의견과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은행 수요 조사 결과 등을 금융위원회에 실무진에 전달할 예정이다.
수요 조사는 10개 금융지주사들 가운데 주로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적극성의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 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은행 설립 계획이 없고, 은행연합회에도 올원뱅크(NH농협은행의 인터넷뱅킹 앱)를 고도화해서 디지털화에 대응하겠다고 제출했다"고 전했다.

◇ 지분 100% 인터넷은행 자회사로 카벵·케뱅과 '정면 대결'
실제로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을 세운다면, 설립 형태는 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과 시행령 등에 따라 금융지주사가 100% 인터넷은행 자회사를 갖는데 법적 제약은 없다.
금융지주사가 지배할 수 있는 금융기관(표준산업분류에 따른 금융업·보험업 영위 금융기관)에 인터넷전문은행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로서 '지분율 50%이상' 규정만 만족하면 된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내 은행이 인터넷은행 설립 주체로 나서면, 은행법과 시행령상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최대 3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10% 안팎 지분을 가진 재무적 투자자로서 각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설립에 참여한 것과 같은 형태다.
그러나 금융지주사가 독자적 인터넷은행을 가지려는 목적 자체가 기존 인터넷은행의 공격에 대한 '방어와 반격'인만큼, 지주사가 100% 지분으로 완전히 경영권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ICT(정보통신업체) 등 산업자본에 허용된 인터넷은행 최대 지분율이 34%인 것 등을 고려할 때 은행이 30%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확실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지주사 지분 100% 자회사 설립이 가장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 인터넷뱅킹 시장 20%↑ 금융지주들 "소비자 선택 폭 넓혀야"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을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기존 은행만으로는 폭발적으로 커지는 비대면 금융거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작년 18개 국내은행·우체국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자금이체·대출신청 금액은 1일 평균 58조6천579억원으로 2019년보다 20.6%나 뛰었다.
특히 대출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인터넷뱅킹으로 신청된 금액이 하루 평균 4천842억원으로, 2019년(1천925억원)의 2.51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3월 말 기준 수신 잔액(약 25조4천억원)은 전북은행은 물론 광주은행의 총수신(연말 기준, 23조7천억원)을 넘어섰고, 1호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도 최근 10조원을 돌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카뱅·케뱅·토스(예비인가 상태) 등 인터넷은행을 허가해준 이유가 전통 은행들의 혁신이 미흡하니 '메기'를 넣어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인터넷은행들이 상당히 성장했고, 의도한 효과도 상당 부분 거뒀기 때문에 이제 또 다른 경쟁자가 참여해 공정한 혁신과 경쟁을 이끌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도 인터넷뱅킹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혁신 과정에서 내부 조직간 갈등도 있고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등 몸이 무거운 게 사실"이라며 "별도의 인터넷은행을 통해 20∼30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새로운 서비스 실험을 공격적으로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당국, 은행 경쟁도 평가후 검토…인터넷은행업계 "혁신 취지 안맞고 경영타격 우려"
일단 금융당국의 입장도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에 크게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은행연합회가 제출한 금융지주사 수요 조사 결과와 7월로 예정된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략적 추가 인허가 수와 일정, 설립 조건 등을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당국이 인터넷은행 추가 인허가를 결정한다 해도,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까지는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같은 금융지주 내 '제 살 깎기' 가능성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운영하는 인터넷뱅킹 앱도 사실 하나의 인터넷은행과 마찬가지"라며 "지주 안에 인터넷은행 자회사가 설립되면, 아무리 고객층을 특화한다 해도 계열사간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 노조 등의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소식이 아니다"라며 "점포 축소, 희망퇴직 연령 하향조정 등 효율성 제고 작업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계했다.
산업 측면에서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벌써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일단 '논의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걱정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터넷은행 업계에서는 우선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이 'ICT 금융 참여를 통한 금융 혁신'이라는 당초 인터넷은행 인허가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울러 현재 카카오뱅크만 안정적 흑자를 낼 뿐, 케이뱅크조차 이제 막 정상화 궤도에 접어든 상황에서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까지 시장에 진입하면 ICT 기업의 인터넷은행들이 타격을 입고 ICT의 혁신 의지마저 꺾일 것이라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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