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미국·영국, '백신 도박'에 크게 걸어 크게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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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17 20:21  

CNN "미국·영국, '백신 도박'에 크게 걸어 크게 땄다"

CNN "미국·영국, '백신 도박'에 크게 걸어 크게 땄다"

코로나19 초기방역 실패 뒤 백신에 '올인' 불가피

'방역 모범' 한국·호주·뉴질랜드 백신에 신중해 백신 접종 늦어

"접종률 못 높이면 결국 종식 방해하는 요인 될 것"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서방권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방역 상황은 극명히 대비됐다.

미국과 유럽이 '방역 실패국'이라는 오명을 얻는 동안 한국, 호주, 대만, 뉴질랜드 등 아·태지역 국가는 신속하고 엄격한 통제 조처, 효과적인 확진자 추적으로 피해 규모를 줄여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지난해 말 이후 이들 국가의 처지는 뒤바뀌고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접종률이 두 자릿수지만 아태지역 국가의 접종률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영국·미국과 아·태지역 간 백신 접종률 차이는 두 지역의 초기 방역 성과 차이가 낳은 직접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국과 미국은 피해 상황이 워낙 심각해 백신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그만큼 확보와 접종이 빨랐다는 의미다.



◇방역 실패국이 백신 선진국으로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미국과 유럽에선 확진자와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봉쇄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마스크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적지 않아 각국 정부는 과감한 통제조치를 도입하는데 망설였다.

확산세는 통제 불능 수준으로 격화했다. 미국은 누적 확진자, 사망자 규모에서 압도적인 전 세계 1위에 올랐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같은 시기 호주, 한국, 대만, 뉴질랜드 등은 엄격한 국경통제, 신속한 시설 폐쇄, 대규모 검사를 통해 확산세를 잡으며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양쪽 처지는 뒤바뀌었다.

현재 미국에선 전 국민의 37%가 적어도 1차 접종을 마쳤다. CNN방송은 미국이 올해 여름까지 접종률 70∼80%를 달성해 집단면역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현재 최소 1회 접종률이 47%에 달한다.

반면 뉴질랜드, 태국, 대만, 한국, 일본은 모두 접종률이 4%가 채 되지 않는다. 호주 역시 5%보다 낮다.



◇코로나19 통제 못한 영·미의 절박했던 '백신 도박'

전문가들은 영국과 미국이 사태 초기 방역에 실패하자 개발이 채 되지 않은 백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일종의 '도박'을 한 덕분에 지금 빠른 접종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가의 방역 역량이 한계치에 내몰린 상황에서 백신을 유일한 희망으로 보고 확보에 '올인'했다는 것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빌 바우텔 공중보건 교수는 "영국과 미국은 자기들이 초래한 난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이미 지난해 5월에 임상시험도 마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1억 회분 공급계약을 맺었고, 7월에는 화이자 백신 3천만 회분을 포함해 9천만 회분에 대한 추가 계약을 맺었다.

같은 시기 미국은 화이자와 백신 6억 회분에 대해 계약을 맺었다.

금융회사 ING의 아·태지역 본부장 로버트 커널은 "영국은 백신 개발사의 돈을 거는 도박을 했고 돈을 딴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영국과 미국은 다른 나라에 앞서 백신에 크게 걸었고 지금 전세계는 백신 공급 문제에 직면했다"라며 "백신 공급을 줄을 서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영국과 미국이 그 줄의 첫 차례다"라고 말했다.

CNN은 영국과 미국의 이런 결정이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한 '과감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방역 모범국 '의도치 않은' 백신 지연

하지만 이들처럼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아 절박하지 않던 아태지역 국가는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백신이 짧은 기간에 개발돼 예방 효과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은 외국의 접종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사망자가 26명에 그친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11일 "우리 국민은 안 죽고 있어 방정식이 다르다"면서 이런 행보를 옹호했다.

CNN방송은 아·태 지역의 방역 모범국의 백신 지연이 완전히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호주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와 지난해 8월 공급 계약을 맺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는 것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유럽연합(EU)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호주로 이르게 반출되지 못하도록 했다"라고 항변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혈전증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접종 나이가 제한됐고, 대체할 수 있는 화이자의 백신은 공급이 부족한 형편이다.

CNN은 코로나19 피해가 덜 심각했던 나라에서 위험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접종 서두르지 않으면 결국 위험지역 될 것"

아태지역 국가들의 '신중론'은 당시 합리적인 태도였을 지라도, 앞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결국 코로나19 종식을 어렵게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언제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고 확산해 각국의 백신 성과를 수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우텔 교수는 "국민의 90%가 백신을 맞지 않은 나라에선 큰 피해가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는데 대다수 주민이 백신을 맞지 않은 '섬'에 있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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