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공직자 재산신고 '구멍'…직무관련성 판단은 "알아서"

입력 2021-04-26 06:01  

가상화폐, 공직자 재산신고 '구멍'…직무관련성 판단은 "알아서"
공직자윤리법에 규정 없어…"법적 실체·지위 불명확한 탓"
행동강령 반영·시행, 기관장에 일임…"이해충돌 방지대책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박용주 임수정 기자 =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일고 있지만공직 윤리나 이해충돌 방지 관련 규정이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사회 전반에 경고음이 커지자 부랴부랴 직원의 보유 현황 파악에 나서는 모습이다.
2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 등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재산신고 의무가 있는 공직자가 가상화폐를 거액 보유하고 신고하지 않더라도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없다.
지난달 관보에 공개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내역을 보면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보유 현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공직자 재산신고 소관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가상화폐 투자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해 신고의 마지막 부분인 변동요약서에 증감 사유를 기재하라고 '안내'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4급 이상 재산신고 의무 공직자 중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신고한 사례는 있지만, 공개 항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은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과세 대상이 됐지만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가상통화' 관련 내용을 반영해 행동강령을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한 가상화폐 투자를 금지하고,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와 직위의 공직자는 보유 현황을 신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행동강령을 개정할 기관이나 부서를 지정한 것이 아니라 기관장이 직무 관련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행동강령 개정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지금도 법적 지위와 소관 부처가 불명확하지만 2018년 당시에는 실체의 법적 근거가 아예 없다시피했다"며 "어느 기관이 대상인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각 기관이 알아서 판단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호함 탓에 비슷한 직무를 하는 기관 사이에서도 행동강령 반영 여부는 달리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행동강령을 개정하고 금융과 세제 등 분야 일부 부서를 직무 관련 부서로 지정했지만 국세청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해 가상화폐 관련 사항을 행동강령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국세청은 최근 정부부처 중 처음으로 은닉한 가상화폐를 강제 징수하는 등 관련 직무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소나 이들 거래소에 투자한 기업에 관한 정보를 다룰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관련 행동강령이 없지만, 연계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은 행동강령에 가상화폐 투자 제한 규정을 담았다.

행동강령을 마련한 기관도 내부 교육과 현황 파악 등 사후 관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행동강령을 반영한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며 경고등이 켜지자 직원을 대상으로 급하게 직무 관련이 있는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유 현황 일제 점검에 나섰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법적 실체와 지위, 소관 부처 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으로 통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행동강령으로 직무 관련 부서·직위를 명시적으로 지정하지 않은 기관이라면 사실상 공무원 개인에게 투자 판단이 맡겨져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직자의 가상화폐 투자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지만 이해충돌 방지대책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정부가 코인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금융 관련 공직자에 대한 거래 규제는 별도의 문제"라며 "이해충돌 방지 차원에서라도 가상화폐 거래 현황을 정기적으로 신고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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