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냐 대만이냐' 태평양 솔로몬제도서 사흘째 격렬 시위

입력 2021-11-26 11:32   수정 2021-11-26 16:37

'중국이냐 대만이냐' 태평양 솔로몬제도서 사흘째 격렬 시위
총리 퇴진 촉구하며 건물 곳곳 불태우고 약탈도…호주는 파병
대만과 단교후 중국 택한 소가바레 총리는 '외국의 간섭' 암시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솔로몬제도 곳곳에서 지난 24일부터 미나세 소가바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2019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던 소가바레 총리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에 인접국 호주는 솔로몬제도의 공식 요청에 따라 군과 경찰 등으로 이뤄진 평화유지 인력을 파견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솔로몬제도 정부의 공식 요청에 따라 현지 치안유지에 필요한 군병력 등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국이 2017년 체결한 상호 안전보장 조약에 따른 것이다.
호주는 이날 연방경찰 23명을 보냈으며 추가로 50명을 더 배치한다. 여기에 43명의 병력과 경비정, 외교관 5명이 솔로몬 제도에서 치안 유지 활동을 펼친다.
모리슨 총리는 "우리의 목적은 안정과 안전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병력 배치는 몇 주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주는 이미 인종 간 분쟁으로 혼란을 겪었던 2003년부터 솔로몬제도에 경찰과 군병력을 파견했다가 2017년 모두 철수한 바 있다.
앞서 반정부 시위대 1천여 명은 지난 24일 수도 호니아라에 있는 솔로몬제도 의시당 밖에 모여 소가바레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었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시위대 일부가 의회 건물과 인근 경찰서 등을 습격해 불을 질렀으며, 상가건물에 들어가 물건을 약탈하며 현재까지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호니아라에서는 시위대의 방화로 차이나타운 지역의 한 건물이 불타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솔로몬 정부는 긴급히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소가바레 총리를 비판하는 세력은 정부 서비스의 부족과 부패에 대한 불만이 이번 소요사태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시위는 수도 호니아라가 있는 과달카날과 말라이타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말라이타 지역의 주민들은 인프라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중앙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2019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소가바레 총리에 대한 반발심도 시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솔로몬 제도는 2019년 경제적 이유 등을 내세워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었다.



대신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대만과 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던 말라이타 지역은 2019년 대만과의 단교에 반대해왔으며 독립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시위가 말라이타의 반중(反中) 세력에 의한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서였는지 소가바레 총리는 26일 반정부 시위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정부의 결정에 대한 외국의 간섭 탓이라고 지적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시위가 "불행히도 다른 힘들의 영향과 독려를 받았다"고 암시하면서 자국 정부가 중국과 국교를 맺은 것이 시위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부 장관은 다른 나라가 소요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관점은 폭력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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