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에 고물가 덮친 유럽경제…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나

입력 2022-04-29 21:31  

저성장에 고물가 덮친 유럽경제…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나
이탈리아 1분기 성장률 -0.2%…프랑스·독일은 '제자리걸음'
4월 유로존 물가 상승률 7.5%…통계 작성 이래 최대폭 상승

(베를린·브뤼셀·로마·파리=연합뉴스) 이율 김정은 전성훈 현혜란 특파원 =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던 유럽경제에 또 제동이 걸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뜩이나 불안하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얼어붙어 소비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발표된 이탈리아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질 친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통계청(ISTAT)은 대체로 내수는 선방했으나, 대외 무역은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통계청(Insee)은 이날 1분기 GDP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Insee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1분기에 0.3%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지난해 프랑스 GDP가 1분기 0.2%, 2분기 1.5%, 3분기 3.0%, 4분기 0.8% 성장했고, 한해로 따지면 7.0%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올해의 첫 분기 성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Insee는 경제 성장 정체의 원인을 내수 부진에서 찾았다. 올해 1분기 가계 소비 지출은 지난해 4분기 0.6% 성장했던 것과 달리 1.3% 역성장했다.

특히 호텔과 외식 업계에서 지출이 5.3% 감소했으며, 의류·섬유와 같은 상품 구매에서도 지출이 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쥘리앙 푸제 Insee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성장률 정체는 1월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재확산과 그 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급등의 영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독일 성장률 역시 사실상 정체됐다. 독일 연방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분기 성장률이 -0.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 걸음한 셈이다.
스페인 역시 올해 1분기 0.3% 성장하는 데 그쳐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경제가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나디아 칼비노 스페인 경제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모든 유럽 국가에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큰 폭으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1월 전망했던 3.6%에서 1.4%포인트 내린 수치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만약 러시아로부터의 가스공급이 갑자기 끊긴다면 독일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수정했다. 작년 9월에 내놓은 4.7%에서 대폭 낮춰잡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에너지 위기 현실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스페인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7.0%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무엇보다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가다.
유럽연합(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7.5%(속보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이날 밝혔다.
이는 1997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이래 6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3월 물가상승률은 7.4%였다.
경제 컨설팅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엄 유럽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해 유럽의 GDP는 2분기에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4월의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에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공산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why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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