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한폭탄 된 우크라…러 대 서방 전선, 핵전쟁 우려 고조

입력 2022-10-01 12:52  

또다시 시한폭탄 된 우크라…러 대 서방 전선, 핵전쟁 우려 고조
푸틴, 우크라 점령지 합병 '강행'…"모든 수단 동원해 우리땅 지킬 것"
'핵 위협' 러에 서방 턱밑까지 제재…유엔 안보리 규탄 결의안은 부결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합병을 공식 선언하자 서방 각국이 즉각 전면 대응에 나서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유럽 대륙 내 긴장감이 일촉즉발의 최고조 상태로 치닫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예상보다 합병 절차를 서두른 것을 두고 영토 방어를 명분으로 한 전술핵 사용 카드를 손에 쥐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 국가들은 대(對) 러시아 군사·경제 제재 수위를 턱밑까지 끌어올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오판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음을 발신했다.



◇ 美·英 즉각 제재 동참…"핵 시나리오에 '결정적 대응' 할 것"
미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을 강력히 비판하며 당국 및 의회 인사들에 대한 무더기 제재를 단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병합하는 러시아의 사기 같은 시도를 규탄한다"면서 "군사력 강화와 외교를 통해 자국의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재무부는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이자 푸틴 대통령의 전 고문인 엘비라 나비울리나를 비롯해 알렉산더 노박 부총리,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 109명과 연방평의회 의원 169명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 러시아 방산업체 라디오아브토마티카를 도운 혐의로 중국 시노전자, 아르메니아 타코 등 2개의 제3국 업체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면서 러시아 외부자들도 러시아와 연관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를 고문한 혐의가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군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내렸고, 상무부는 57개 기업 및 단체를 제재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미국은 특히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핵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어두운 길을 간다면 미국이 취할 '결정적 대응'을 포함, 러시아와 직접 소통했다"고 했다.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 온 영국도 즉각 추가 제재 대열에 동참하며 러시아에 맞선 스크럼을 공고히 쌓는 모습이다.
영국 외무부는 "러시아의 취약점을 겨냥, 주요 공급망을 교란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정권에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산업·기술 핵심 역량에 직결되는 약 700개 품목의 대러시아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추가 제재에는 러시아가 영국의 IT 컨설팅, 건축, 엔지니어링, 매매 법적 자문, 감사 등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모두 러시아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부문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그가 이 불법적인 전쟁에서 반드시 패하도록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EU·나토 이어 G7도…서방 주요국·국제기구 "러시아 규탄" 릴레이
주요 국제기구도 잇따라 공식 규탄 입장을 내면서 국제 무대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로 구성된 EU 이사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불법 합병을 단호히 거부하며 분명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EU가 우크라이나와 굳건히 함께 있으며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사회적, 재정적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밝힌다"며 "러시아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제한 조처를 강화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영토 병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땅을 수복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성명을 내고 합병 주민투표를 강행한 푸틴 대통령을 향해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며 "합병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나, 총구를 들이댄 채로 진행된 가짜 주민투표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시사했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를 예약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합병 조약 서명에 대해 "법적, 정치적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고, 중립국 전통이 있는 스위스에서조차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연방 평의회 성명이 나왔다.
여기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발언하며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러시아의 영토 합병 조치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투표에 부쳤으나, 당사자이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다.
하지만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러시아 하나였을 뿐 중국과 인도 등 4개국은 기권했고, 나머지 10개국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리에서 러시아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국가가 한 군데도 없었던 가운데,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한 유엔총회에서 미국이 결의안 채택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러시아군에 동원될라" 이스라엘, 자국 군인 여행금지…러 고립 가속화
러시아가 병력 보충을 위해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는 러시아 시민권을 가진 자국 군인들이 러시아로 여행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러시아에 있는 IDF 소속 인원은 모두 이스라엘로 복귀하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선포한 직후 핀란드, 조지아,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 인접국가 국경에는 군 소집을 피하려는 이들의 차량 행렬이 늘어서는 상황으로, 현재까지 20만 명이 넘는 러시아인이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러시아군 소집 명령을 받은 청년의 팔을 그의 친구가 큰 망치로 내려쳐 부러뜨리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유되는 등 징집을 회피하려는 극단적 자해 시도까지 횡행하는 지경이다.
동원령에 대한 내부 반발이 만만찮은데다, 영토 합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비등하며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의 선택지가 점차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토 합병조약에 서명한 후 연설에서 미국이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한 전례를 언급하고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 '핵우산'을 씌운 이상, 여차하면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무기 대응역량이 발달한 현대전에서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가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은데다, 오히려 서방의 직접 군사 개입과 러시아의 완전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핵전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여전하다.
하지만 저위력 전술핵을 국지적으로 사용하거나, 시위용으로 활용하는 등 가능성은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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