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소득주도성장" 후순위 밀리고…"성장·4차산업"으로 무게중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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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07 17:37  

"북한·소득주도성장" 후순위 밀리고…"성장·4차산업"으로 무게중심 이동

'집권 2년차'에 달라진 문재인 정부 키워드

한경·서울대 폴랩 빅데이터 분석



[ 박재원 기자 ]
문재인 정부가 2년차에 들어서면서 ‘대통령의 언어’가 경제 분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초기 북한 이슈에 집중되면서 △한반도 △남북 등의 단어 사용 빈도가 높았으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혁신 △산업 △기업 등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후순위로 밀린 ‘북한’…‘산업·기업’이 채워

‘문재인 정부 2주년’을 앞둔 7일 한국경제신문과 서울대 폴랩(Pollab)이 지난 2년간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 연설문 141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801회 등장한 ‘평화’로 나타났다. 특히 집권 1년차에선 평화를 비롯해 △한반도(4위, 166회) △북한(5위, 145회) △남북(9위, 93회) 등 대북 관련 단어들이 10위권 안에 다수 포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 역사적인 4·27 남북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관심사는 대북 현안에 집중됐다. ‘평화가 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한반도 평화가 안보 문제는 물론 경제와 미래 먹거리 문제까지 해결해줄 것이란 핑크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집권 2년차 들어 악화된 지표 탓에 ‘경제 행보’를 대폭 강화하면서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가 달라졌다. 1년차 톱10 안에 포진했던 ‘북한’이란 단어는 2년차엔 아예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9위를 차지했던 ‘남북’ 역시 19위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빈자리는 ‘경제’ 관련 키워드로 채워졌다. 구체적으로 △경제(2위, 367회) △혁신(7위, 180회) △성장(8위, 170회) △산업(9위, 153회) △기업(10위, 146회) 등이 10위권에 자리잡았다. 1년차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1년차에 순위권 밖에 있던 혁신, 산업, 기업 등의 단어들은 2년차 들어 등장 횟수가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경제 일정을 대폭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경제투어’를 시행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은 전북을 시작으로 경북-경남-울산-대전-부산-대구-강원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말과 행동 일치하도록 성과 보여야”

경제 정책 기조도 1년 새 다소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년치 연설문(4016개 문단)을 ‘토픽모델링 기법’을 적용해 주제별로 분석한 결과 임기 초 △순방·외교 △대북관계·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반면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경제 △4차산업 등의 주제는 5% 남짓한 수준에 머물렀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대북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드러난 것”이라며 “실질적인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내용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토픽모델링 결과를 분기별로 정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북한과 한반도 평화, 소득주도성장 등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의 중점 주제들에 대한 언급 빈도가 낮아졌다. 대신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 등 혁신 경제와 관련된 주제들의 언급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같은 분석 역시 대통령의 행보 변화와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하는 등 연말부터 기업인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빈도가 더욱 잦아졌다. 1월 초 경제행보의 일환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130여 명을 초청해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여는 등 경제 활력을 위해 기업인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최근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산업을 문재인 정부의 중점 산업으로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이달에도 중소기업계와의 만남은 물론 바이오산업 비전 발표 등 경제 일정을 빼곡히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대통령의 공약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발전(221회) △성장(240회) △혁신(171회) 등의 단어가 막상 취임 후 대통령의 연설문에서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집권 중반부로 향하면서 추상적인 발언 대신 실용적인 부분이 강조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국민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와 이로 인한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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