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 수주전 판가름 변수 작용 가능성
HD현대중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 취할 것"
당정협의회 기점 태도 돌변...정치 개입 관측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에 부과 중인 보안 감점 기간을 기존 오는 11월에서 내년 12월로 돌연 연장했다. 이에 오랜 진통 끝에 상세 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눈앞에 뒀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 사업비 7조 8,000억 원 규모의 KDDX는 2030년까지 차세대 구축함 6척을 확대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상세 설계, 초도함 건조 사업 추진 방식을 놓고 HD현대중은 수의계약,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는 사업이다. 참여 업체 간 법적 분쟁과 방사청의 사업자 선정 보류 등으로 당초 일정보다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설계와 건조 비용도 수조 원 넘게 불어나고, 해군도 전력 공백과 같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3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HD현대중공업에게 내린 보안 감점은 올해 11월까지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법률 검토 결과 내년 12월까지 적용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주철 방사청 대변인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사건을 분리해 보안 감점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지난 2014년 경쟁사가 해군에 납품한 KDDX의 개념 설계 관련 군사 기밀을 촬영해 유출한 혐의로 2020년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기소된 9명 가운데 8명은 2022년 11월 19일 판결이 확정됐으며, 1명은 검찰이 항소해 2023년 12월 7일 최종 판결이 확정됐다.
보안 감점은 군사 기밀 유출이나 보안 사고를 낸 업체에 일정 기간 입찰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방위사업법 시행령」과 하위 규정에 따라 최초 확정 판결일을 기점으로 3년 동안 감점하는 처벌 규정으로 방산업계에 실질적인 제재 수단 역할을 했다.
당시 방사청은 2022년과 2023년 판결을 동일하게 보고 HD현대중공업에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보안 감점을 적용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이어 2023년 개정 법령 설명회에서도 기한을 명시했다.
그렇게 HD현대중공업은 경쟁 입찰 사업에 참여할 때마다 1.8점씩 감점되는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 그런데 방사청이 최근 법률 검토 결과 2개의 판결을 별개의 건으로 본다며 판결 간 시차에 따라 보안 감점 시기를 약 1년간 돌연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동일 사건이지만 별도 판결 확정일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오는 11월까지는 기존 1.8점 감점을 적용하고, 이후 내년까지는 1.2점씩 점수를 깎기로 하며 차등을 줬지만 갑작스럽게 돌변한 태도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곧바로 유감을 표명하며 소송을 비롯한 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냈다. HD현대중공업은 입장문을 통해 “방사청이 보안 감점 종료를 한 달 반이 남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번복했다"라며 "KDDX 사업 추진 방식 발표가 임박한 때 결정한 배경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의 핵심 중추인 방위 사업을 추진하며 묵묵히 헌신하고 희생한 기업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차대한 시기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결정을 바꿨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경쟁 입찰 평가 항목에 보안 감점이 적용되면 특정 업체가 구조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사청이 관행과 다르게 규정을 해석한 것을 두고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보안 감점 연장이 KDDX 사업 수주전을 판가름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다고 비쳐질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 4월과 9월 방사청이 사업 추진 방식을 정하겠다며 분과위원회를 열었지만 정치권의 개입과 위원회 위원 간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허탕으로 끝난 바 있다. 이번 보안 감점 적용 직전에도 여당, 국방부, 방사청이 비공개로 개최한 당정협의회에서 KDDX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에도 정치권이 껴든 것 같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 여당 의원은 "방사청 권한을 존중한 가운데 의견을 낸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방사청도 “법무 검토 결과에 따른 따른 행정 조치일 뿐 당접협의회를 거쳐 특정 업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KDDX 수주 구도에서 불리해진 HD현대중공업과 방사청 간 법정 쟁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일정이 또 지연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국가 안보의 핵심이 될 KDDX가 정작 배를 만드는 조선소와 엔지니어 대신 정치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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