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해안에서 '차(茶) ' 봉지로 위장된 마약이 잇따라 발견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4일 제주시 조천읍 해안 갯바위에서 낚시객이 바다에서 떠밀려온 중국산 우롱차 봉지를 발견했고, 내부에서 하얀색 결정체가 나오자 경찰에 신고했다. 간이 시약검사 결과 케타민 1㎏이 확인되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낚시객이 바로 마약인 것을 의심한 데는 최근 제주 해안에서 연이어 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부터 현재까지 제주시 제주항·애월읍·조천읍 해안가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 5차례에 걸쳐 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으며, 총량은 케타민 24㎏에 달한다. 이는 통상 1회 투여량 0.03g 기준 8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노선이 재개되면서 전국적으로 국제 마약 밀수조직의 마약 밀반입 사례가 증가하고 동시에 제주국제공항을 통한 우회 밀반입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4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국내 유통하려 한 30대 중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그는 지난달 24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차 봉지 등으로 위장한 필로폰 1.2㎏을 여행 가방에 넣어 몰래 들여온 뒤 사회관계망(SNS)에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글을 올려 서울까지 물건을 옮겨줄 한국인 전달자를 물색했다.
또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제주도내 호텔과 주거지 등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유흥업소 업주와 종업원, 판매책 등이 연이어 경찰에 검거되는 등 제주는 더는 마약 청정지대는 아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6월 상반기 검거된 마약사범은 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명)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2021∼2024년 4년간 마약류 종류별로는 향정신성의약품(필로폰, 합성대마, 케타민 등) 사범이 325명(79.07%)으로 가장 많았다. 대마(대마초, 해시시오일 등) 61명(14.84%), 마약(양귀비, 코카인, 펜타닐 등) 25명(6.08%)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에 반입돼 유통되는 마약은 젤리, 사탕, 음료, 초콜릿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제조되는 등 수법이 더욱 은밀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관광지라는 특성과 육지 접근성 때문에 제주가 아시아 마약 유통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해경·경찰·검찰·세관 등 수사기관 간 긴밀한 공조와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제주도와 경찰, 해경, 세관 등 관계기관은 7일 마약 대응 회의를 열고, 해안가 수색과 정보 공유, 홍보 활동 등 통합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조만간 도내 해안가 일대에서 대대적인 마약류 수색 작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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