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춘천시 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에게 배를 걷어 차였다고 말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학예회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저녁 A(5)양은 부모에게 "학예회 연습을 하지 않고 딴짓했다는 이유로 교무실로 불려 가 배를 걷어차였다"고 말했다.
A양은 "배를 걷어차여 뒤로 밀려났고, 아파서 우는 동안에도 계속 혼났다"고 말했다.
이튿날 A양 부모는 경찰에 신고하고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지만, 사건이 벌어진 교무실과 교실에는 CCTV가 달려있기만 할 뿐 통신연결이 되어있지 않아 영상이 없었다.
A양의 말 따라 담임교사와 함께 교무실에 들어간 사실은 복도에 있는 CCTV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교무실에는 A양과 담임교사뿐이라 목격자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A양보다 먼저 같은 반 B(5)군도 담임교사와 함께 교무실로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B군이 교무실에서 울면서 나오는 듯한 모습이 영상에 찍힌 것이다. A양도 부모에게 13일 저녁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며 "나 말고 B군도 담임교사로부터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B군은 그제야 부모에게 "배를 강하게 3번 걷어차였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손을 빠는 습관이 있었던 B군은 9∼10월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가위로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B군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들었고, 다른 학부모들이 '진짜였느냐'고 B군 부모에게 되물어볼 정도였다.
이에 A양과 B군의 부모는 담임교사에 대해 아이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부모들은 "최근 사례 외에도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여러 차례 맞은 적이 있다고 얘기한다"며 "학기 초부터 선생님이 무섭다고 했을 때 너무 안일하게만 생각했다"고 자책했다.
이에 유치원 측은 담임교사를 학급에서 분리 조처하고 새로운 선생님으로 교체했다. 담임교사는 휴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담임교사는 아동학대 의혹에 관해 "아이들에게 위협적이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학예회 준비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동들을 교무실로 데리고 간 사실은 맞지만 때리지 않았으며,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상황에서 차분히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담임교사는 "평소에는 복도에서 지도하지만, 그날은 학예회 준비로 복도가 혼잡했고, 여러 아이가 지나다니고 있어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거나 불편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교무실에서 대화했다"고 했다.
또 "아이들에게 왜 집중이 어려웠는지 먼저 묻고, '내일 부모님이 오시는 것 알고 있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니?'라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격려한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어 "A양의 경우 감정이 순간적으로 복받치는 경우가 있어 종종 대화 도중 울음을 보이려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이 경우 대화를 즉시 중단하고 아이가 안정될 수 있도록 자리를 정리했으며, 꾸중이나 질책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가위로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춘천경찰서는 피해 아동들이 해바라기센터에서 진행한 진술 녹화 내용 등을 살핀 뒤 이번 주 내로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넘길 방침이다.
부모들은 교실과 교무실에 CCTV가 달려있기만 할 뿐 영상 녹화가 되지 않은 점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부모들은 "당연히 CCTV 영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먹통이었다는 게 더 화가 난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는데 아이들은 누가 보호해주느냐"고 호소했다.
해당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을 개원하면서 CCTV를 단 걸로 알고 있지만, 가동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직원 등 교육정보 주체들이 모두 다 동의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CCTV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가동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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