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해 주겠지'…도덕적 해이 확산"

입력 2013-03-10 12:00  

LG硏 보고서, "새정부 가계부채 대책 부담 가중"

돈을 빌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떻게든 탕감해 주겠지"란 생각에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조차 채무 재조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10일 '연체와 개인회생 신청 급증, 가계부실심화인가, 도덕적 해이 확산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분석을 내놓았다.

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부담이 생각보다 더 가중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전체 신용회복 신청자 중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비중이 2009년 8%대에서지난해 말 24.6%로 늘어난 점을 도덕적 해이의 단서로 봤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가 30일 초과 90일 미만이면 신청할 수 있는데 연체 기간이3개월 이상일 때 신청 가능한 '개인워크아웃'에 비해 채무 경감 효과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프리워크아웃은 원금 감면이 없고 연체 이자만 감면되는 반면에 개인워크아웃은 최대 50%까지 원금을 탕감해주고 이자는 물론 연체이자도 모두 없애준다.

조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프리워크아웃이 늘어난 것은 채무자들이 연체가 시작되고 상당 기간 다각도로 빚을 갚으려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채무 재조정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을 통한 공식 채무 재조정 절차인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을 봐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개인회생은 1만8천868건으로 작년 1월과 비교해 45.1% 급증했다. 반면에 개인파산은 이 기간 4천566건에서 4천630건으로 소폭 느는데 그쳤다.

개인파산은 면책 선고 시 모든 채무가 탕감된다. 반면에 개인회생은 5년간 법원이 정한 액수를 갚아야 한다.

그럼에도, 개인회생이 더 인기를 끄는 것은 개인파산은 파산선고 후 소득·재산이 있으면 면책이 취소될 수 있지만, 개인회생은 소득·재산이 있어도 변제액보다적으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조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국민행복기금,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 등 새 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대책들이 본격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빚을 갚을 수 있는 채무자가 빚을 안 갚고 버텨보려는 동기가 확산하면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가계부채 관련 대책들의 예상 소요 재원이 늘어나고 효과 역시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정작 절박한 계층이 지원에서 소외되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하며 정상적인 대출마저 위축될 소지도 있다.

조 연구위원은 "2003년 신용카드 위기 당시에도 채무자 구제대책을 앞두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연체율이 높아졌다"며 새 가계부채 대책은 지원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연체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가계부채 대책이 궁극적으로 정직하게 빚을 갚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angh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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