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정부…공기업 부채·방만경영에 '철퇴'>(종합)

입력 2013-12-11 15:58  

<<대책 주요 특징 추가>>노조 등 '암초'…낙하산·민영화 대책 없어 비판도전기·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박근혜 정부가 11일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은 지난 7월 발표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에서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조하는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합리화 정책이 공공기관의 기능·사업영역 중복 해소, 임원 선임절차 개선, 일자리 확대 등 경영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대책은 잘못된 관행과 현실을뜯어고치겠다는 개혁작업이다.

공공기관 부채가 한국 경제의 주 위협 요인 중 하나가 됐고 상당수 공공기관 임직원의 과도한 보수와 복리후생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많아 더는 그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부채 증가를 주도한 12개 기관, 복리후생으로 물의를 빚은 20개 공공기관을 중점 관리하고 성과가 미진할 경우 기관장 해임 권고, 보수 동결, 성과급 미지급 등채찍을 든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역대 정권이 만든 계속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관장 인사개혁과 민영화 등 경쟁력 강화방안이 빠진 것은 비판 여지가있다.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과 정권과 연이 있는 낙하산 공기업 사장을 어떻게 넘어설지도 과제다.

◇ 이자 갚기도 급급…고용세습에 유학자금 '펑펑'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역대 정권마다 개혁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시스템개선이 이뤄졌지만 정부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숙명'으로 부채는 해마다 증가했다. 무력한 경영진과 강성 노조로 인해 방만경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295개 공공기관 부채 잔액은 493조원이다. 이는 2008년의 290조원에서 약 1.7배 수준으로 증가된 금액이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합치면 686개 기관의 총부채는 565조8천억원으로 불어난다. 국가부채(443조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전력·발전 사업과 신도시 사업, 4대강 사업 등에 나선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등 12개 기관의 부채는 같은 기간 227조원에서412조원으로 1.8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들 기관이 전체 공공기관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8%이며, 이들이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305조원에 달한다.

누적된 부채로 일부 기관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 즉 이자를갚기 위해 빚을 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공기업 기관장의 연봉은 평균 3억2천200만원으로 다른 공기업의 배 이상이다.

기관장 취임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려다 보니 직원의 복지혜택도 많다.

한국거래소의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1천488만원에 달하고 한국마사회, 코스콤,수출입은행도 1천만원을 넘는다.

강원랜드[035250]는 직원의 직무 외 사망 및 정년퇴직에도 자녀를 특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고용세습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고전번역원, 노조간부 인사·징계 시 노조의 사전동의를 받는 항공우주연구원 역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 기관장 책임 강화…주무부처도 역할 정부의 이번 대책은 '획기적인 부채감축과 자율적인 경영혁신, 점검체계 구축'을 기본방향으로 한다.

이를 토대로 ▲정보공개 확대 ▲부채관리 강화 ▲방만경영 개선 ▲추진체계 구축 등 4개의 큰 항목으로 세부대책이 짜였다.

정보공개 확대는 국민이 함께 감시하도록 해 공공기관 스스로 개선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과거 5년간 부채 증가원인을 성질·원인별로 분석하고 고용세습과 휴직급여, 퇴직금, 교육비, 의료비, 경조금 지원, 복무행태 등 8개 항목을 별도 공개하는 것도이런 맥락이다.

부채관리는 우선 빚이 최근 많이 불어난 1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부채감축 방향은 자구노력-정책패키지 지원-이행 관리 등 3단계로 진행된다. 방만경영이심각한 20곳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정상화 과정에서 기관장이 주도권을 갖고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 역대 공공기관 대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파업 등 상황에 대해 기관장을 면책해주고 비리 임직원의 퇴직금이 감액되도록규정 개정을 유도한 것도 특기할만한 점이다.

내년 3분기말에 중간평가를 실시해 실적이 미진한 기관장은 해임 건의 등 강력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기타공공기관에 대한 주무부처의 책임을 강화한 점과 기재부 2차관이 주재하는공공기관정상화협의회를 신설한 점, 지방공기업의 부채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한 점 등도 눈에 띈다.

상시적 기능 점검을 통해 목적 외 사업이나 민간과 충돌하는 사업, 유사·중복기능을 조정하는 부분도 특이점이다.

부채가 많은 대형 공기업 기관장의 성과급도 대폭 삭감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재정투입과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LH 부채가138조1천억원에 이른다. 한전은 95조1천억원, 가스공사는 32조3천억원, 도로공사는25조3천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들 기관이 자산을 매각하고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인다고해도 이 빚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더욱이 정부는 인원 감축을 지양하겠다는 원칙을 밝혀 구조조정작업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이번 대책은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전기·가스료 등공공요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노조 '벽' 넘을까…낙하산·민영화 대책도 누락 정부는 백화점식 대책을 내놨지만,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우려되는 부분은 노조의 반발이다.

전국철도노조는 수서발 KTX의 운영 자회사 설립에 대해 9일 무기한 총파업에 착수했다. 1~4호선 서울지하철노조가 18일부로 총파업을 한다고 예고했고 공공운수노조 등도 연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수서발 KTX의 민영화 문제를 넘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한 공공노조의 연대로 해석하는 시각이 상당하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노조의 반대를 우려, "지금은 공공기관의부채와 방만경영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에 잠재적으로 엄청난 리스크가 되고 있다"라며 "노조가 정상화대책을 추진하는데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낙하산 등 인사개선 대책이 빠진 것은 비판 여지가 있다. 현 정권 들어 또다시전문성이 의심되는 낙하산 인사가 이어진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정부가 과연 낙하산 사장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실적부진기관장은 중도에 해임하겠다고 하지만 권력과 밀접한 기관장까지 손을 댈 수 있을지의심스럽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전문가 낙하산이 큰 문제인데 이를 해결할 인사 개혁 방안이 빠져 있다"면서 "본질적으로 공공기관의 체질을 개선하기에는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정상화대책에서 인원감축을 통한 구조조정과 민영화 방안은 아예 배제됐다.

기재부 최광해 공공정책국장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이번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spee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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