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빠진 'KB'…회장-행장 갈등설 확산>(종합)

입력 2014-05-20 11:46  

<<금감원 감사 후폭풍 추가 등 내용 보완>>지주·은행은 갈등 부인, 금감원 검사결과 따라 한쪽 타격받을 듯

올해초 개인정보 유출과 도쿄지점비자금 의혹 등으로 홍역을 치른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이번에는 2천억원 규모의전산시스템 변경사업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측은 모두 "국민은행의 내부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이 표면화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강하다.

금융감독원이 내달 말 사상 처음으로 개별 은행인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해정밀 진단을 벌이기로 한 것도 사안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사결과에 따라서는 경영진 또는 이사회 교체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태발단은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놓고 지주-은행간 이견 이번 이사회 갈등 사태의 단초가 된 사안은 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에대한 논란이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는 그간 IBM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써왔다.

그러나 시스템의 개방성이 떨어지다 보니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스템 간연계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유지·보수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국민은행·카드사는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시스템 교체를 검토해 왔고 작년 11월 은행 경영협의회, 올해 4월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유닉스시스템으로의변경을 확정했다. 21일까지 유닉스시스템 도입을 위한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었다.

유닉스의 강점은 뛰어난 연계성과 개방성이다. 비용도 적게 든다.

그룹 전산을 책임지는 김재열 전무는 "원장 등을 처리하는 계정계는 메인프레임을 쓰고 인터넷뱅킹 등은 유닉스를 사용하고 있어 인력의 효율적 관리, 비용절감 차원에서 전체 시스템을 통일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사업은 은행과 카드가 추진하고 김 전무가 책임자로 관여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은 시스템 결정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기술검증 과정에서 시스템의 문제가 발견됐다는내부 감사보고서와 사전 사업자 선정설이 배경이다.

두 사람은 감사위원회, 이사회 등에 재논의를 건의했지만 사외이사들이 주축이된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즉각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경영진이 이사회 결정사안에 대해 감사를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사회는 감사보고서의 지적사항이 중대한 결함과 무관하고 사업자 내정설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20일 21세기 금융비전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에 특별검사를요청한 것은 깨끗하게 의혹을 풀고 넘어가기 위해서다. 은행장 입장에서는 의혹이없이 하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회장과의 갈등인가 이사회 내부 다툼인가 정 감사위원은 임 회장과 기획재정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선임 과정에서 임 회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 행장의 경영 독단을 제어할 견제장치로 정감사위원을 배치했다는 후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과의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19일 KB금융지주는 김재열 전무 명의의 설명자료를 통해 "(정 감사위원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언급은 정 감사위원을 겨냥한 것이지만 정 감사위원의 의견에 동조한 이건호행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평소 이사회 결정사항을 존중하는 임 회장의 경영스타일로 볼 때 이 행장과 정감사위원의 행동은 돌출행동이며 보기에 따라서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민은행의 이사회가 임 회장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채워졌다는 점도 이 주장을뒷받침한다. 과거 KB금융지주 이사회가 ING생명 인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에 대해전임 경영진과 다른 목소리를 내 이를 무산시킨 전례와 다르다는 것이다.

한 전직 임원은 "임 회장이 들어오면서 회장편의 이사들로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사외이사 선임때 새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지만 현 이사들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해석했다.

결국 임 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을 제어하려다가 현 경영진과 충돌했다는설명인 셈이다.

현직 경영진이 후폭풍을 무릅쓰면서 금감원에 도움의 손을 내민 것 자체가 이러한 권력구도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당혹감을 나타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국민은행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빚어진것으로 지주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임 회장과 정 감사위원의 관계가 막역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이번 일을 통해 그러한 선입견이 잘못됐음을드러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행장도 "이게 (임회장과의) 대립각이 될 수 있나. 은행 전산시스템은 은행이결정할 일이지, 지주 업무가 아니니까, 지주와 은행이 대립할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의문은 남는다.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이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하기 전 임 회장에게 사전보고를 하지 않고 독단으로 결정했을 가능성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보고가 사전 또는 사후에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전무의 해명서가 밤늦게 배포된 것을 보면 해명서의 뜻은 회장의 뜻과 통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전면 감사 착수…KB경영진 타격 불가피 국민은행 경영진이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함에 따라 사태의 실체적 진실규명은금감원의 몫이 됐다.

현재 진행중인 특별 검사에 들어간 데 이어 내달 말 대규모 검사인력을 투입해국민은행 전체에 대한 경영 진단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의 전체 분야에 대해 정밀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국민은행의 기강 해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국민은행의 연이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보고받고 국민은행에 대해 규정에 따라 관용 없이 강력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사태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또한번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연초에불거진 잇단 금융사고의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 갈등까지 드러나 경영 지휘체계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한 전직 임원은 "이런 것을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밖으로 표출된 건 정말 창피스러운 일이다. 볼썽사납다. KB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은 금감원으로 넘어갔다. 검사결과에 따라 경영진이든, 이사회는 교체나 사퇴등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yk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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