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임영록에 '직무정지' 초강수 이유는>

입력 2014-09-12 17:31  

금융위원회가 12일 회의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에 대해 해임권고 아랫단계인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초강경 처분을의결한 것은 강한 사임압박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에도 임 회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법적소송을밝히자 아예 직무를 정지시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저항의지를 꺾겠다는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에 참석해 소명을 마친 뒤 "현직을 유지하며 진실규명을 위해 법적소송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임전무퇴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예상보다 강한 '초강수'여서 임 회장이 사퇴를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뿔난' 금융당국, 임 회장에 직접 사퇴 압박 금융위의 이번 결정에는 임 회장에 대한 정부의 곱지않은 시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주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직후 물러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달리 임 회장은 그간 두차례의 기자간담회와 계열사 사장단 성명을 통해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고 법적 구제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러한 모습은 금융당국, 넓게 보면 정부전체에 대해 저항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자칫 느슨하게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정부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금융위원들 사이에서 확산했다.

결국 금융위는 최 원장이 선택한 문책경고로는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판단, 제재 수위를 한 단계 올리기로 결정했다.

문책경고 자체가 사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임 회장이 버틸 경우 금융당국으로서는 별다른 추가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의사례처럼 강제로 끌어내리려다가는 되려 '관치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는 점도염두에 뒀다는 후문이다.

직무정지를 통보받으면 임 회장은 그 순간부터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경영에 일절 관여할 수 없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

◇임-최 1시간여의 치열한 설전 경제관료 출신인 최 원장과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1시간여동안치열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이 금융위에 건의한 임 회장의 중징계 사유는 두가지다.

먼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외부기관의 컨설팅 보고서 왜곡,유닉스시스템 전환비용 조작 등 KB지주 주도로 이뤄진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임 회장이 직무상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을 불러 4차례에 걸쳐 유닉스시스템 전환에 소극적인 IT본부장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고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승진시키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는 것이 금감원 주장이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에 직접 나와 조목조목 항변했다.

주전산기 선정과 관련해선 업체선정이나 가격 등 최종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중인 일에 대해 중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 타당하냐고 따졌다.

국민은행 임원인사 개입에 관해서는 "지주와 자회사는 임원 인사를 서로 협의할권한과 의무가 있는 만큼 부당한 인사개입이란 성립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적인협의'를 통해 인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21일 제재심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경징계로 판단한 것을 금감원장이 객관적 사실의 변동없이 중징계로 상향조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을 경청한 금융위 위원들은 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징계수위를 높였다.

◇'급박했던 3주'…KB내분 악화에 당국 '강경모드'로 전환 KB사태는 최근 3주간의 급박하게 돌아갔다.

KB에 대해 강경 제재 입장을 밝혀온 최 원장은 지난달 21일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으로 한때 수세에 몰렸다. 일각에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책론까지 대두했다.

제재심 결정직후만해도 '최 원장이 자존심을 접고 제재심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금감원 안팎에 파다했다.

그러나 상황은 주말을 지나면서 반전했다.

임 회장이 그룹내 '화합'을 명분으로 계열사 CEO들을 불러모아 마련한 템플스테이 첫날 행사에서 이 전 행장이 방 배정 등 불만으로 중도 귀가한 것이 언론에 알려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 전 행장은 이어 자신의 문제제기를 묵살하고 주전산기 교체계획을 강행한 임회장측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며칠뒤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임 회장이 작년 은행 IT본부장 교체를 사실상 강요했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불과 일주일새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여론은 급속히 악화했고 노동조합은 공개적으로 두 사람의 동반퇴진을 정부에 요구했다.

최 원장 입장에서는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을 명분이 생긴 것이다.

한때 9월말까지 판단을 유보할 것을 검토까지 했던 최 원장은 윗선과의 교감속에 지난 4일 두 사람의 징계를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제재심 번복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인적 청산없이는 KB사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컨센서스가 당국을 비롯해 각계에 광범위하게 확산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무리수 논란 지난 4일 중징계 통보직후 사임한 이 전 행장과 달리 임 회장측은 사임압박에도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하고 있다.

임 회장 입장에서 제재심을 번복한 금융당국의 처사는 오랜 공직생활로 쌓아온'명예'를 한꺼번에 실추시켰다는 게 임 회장 주변의 시각이다.

밀려서 물러나는 모습보다 법적 논리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는 당국의 결정을어떻게든 뒤집어 본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의 최종결정이 발표되기 전에 사퇴여부를 묻는 기자들의질문에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고 조직안정과 경영안정화를 위해 직원들과 노력하겠다. 법적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결정에 불복할 뜻을 다시한번 밝혔다.

임 회장은 법무팀과 협의를 거쳐 당장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구제책 가운데하나를 선택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이의신청은 최소한 두달 정도 소요되며 소송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2년 가량걸린다. 끝까지 버티면 2016년 7월 임기를 채울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최 원장이 의도한 인적청산을 통한 KB사태 해결은 요원해질 수 있다.

오히려 KB사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화살은 최 원장으로 집중될 수 있다.

금융위 결정에도 금감원의 분위기가 비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 결정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일 전망이다. 당초 제재심에서 경징계결정을 내렸다가 2주후 최 원장이 문책경고로 수위를 높였고 1주일만에 금융위가 직무정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같은 사안에 3가지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탓이다.

금융당국이 임 회장을 밀어내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yk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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